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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6-01-09 13:47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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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기 강연 후에 한 학생이 물었다. “어른은 언제 되는 걸까요?”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증 나오면!” 호기롭게 대꾸하는 이도 있었다. 학생의 눈빛을 바라보니 그렇게 간단히 답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질문이 나를 향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일까? 당당하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작게 도리질을 쳤다. “저는 결정을 내린 후, 그 결정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황급히 교문을 나서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그 결정에 책임을 제대로 졌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결연하게 답할 수도 없었다.
성인이 된 후 크고 작은 결정들을 내려왔다. 그 결정으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기도 했다. 좋든 싫든 몸담은 곳에서 성실하게 일했으므로 책임을 다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명쾌하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서른’이라는 시에 나는 이렇게 쓰기도 했다. “어른은 다 자란 사람이란 뜻이다/ 한참 더 자라야 할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소화가 안 되는 병에 걸렸다.” 다 자랐으니 성인일 테지만, 아직 어른이라고 말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물학적으로 성인이라고 해서 모두 인간으로서 어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되는 데에는 내가 모르는, 내가 못 갖춘 어떤 것이 필요할 듯싶었다.
어른의 조건이 있을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지 한참 생각하다 내가 생각하는 큰어른인 고 황현산 선생님의 책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난다, 2019)를 펼쳤다.
어른은 이렇게 생각하지, 말하지, 삶을 살지… 어른에 다가가고 있다고 느끼던 찰나, 선생님이 2015년 1월29일에 남기신 글을 읽었다.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여기서 어른을 향한 추적은 중단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 또한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니, 어쩌면 어른이라는 칭호는 외부에서 부여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되었음을 깨닫는 데서 오는 것일지 모르겠다.
이렇게 된 김에 어른의 조건을, 어른값을 손수 찾기로 했다.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아닌 ‘책임을 지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어른이다. 무엇보다 한데 고여 있지 않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편견은 위험을 피하게도 해주지만 변화 앞에서 문을 닫아걸게도 한다. 어른이라면 각인을 곧장 낙인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게 품이다. 그릇이다.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진짜 어른은 편견으로부터 멀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도 한데 어울려 놀 수 있는 아이처럼, 다시금 투명해지는 것이다. ‘경험 없음’이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유년 시절이었다면, ‘경험 있음’으로 말미암아 그것을 다시금 가능케 만드는 사람이 어른이다. 그래서 진짜 어른은 저런 말을 한다.
몇년 전에 토킹 스틱을 선물받았다. 아메리카 원주민 이로쿼이족은 회의할 때 토킹 스틱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만 발언권을 주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거나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
토킹 스틱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먼저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그런 다음 상대를 이해시켜라.” 말로 하기엔 어려운 일이지만, 말로써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능력, 어른값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맨박스(Man box)’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규범을 상자에 비유한 표현인데요. 가부장제에서 남성들이 남자다움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맨박스 지수가 높은 사람은 자살 충동이 6.3배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제 비영리 단체 ‘이퀴문도’(Equimundo)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25 미국·영국 남성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 10명 중 8명은 ‘가족 부양’과 ‘침묵해야 한다’는 등 전통적 남성성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퀴문도는 맨박스 연구 등을 통해 젠더 평등 및 건강한 남성성 변화를 이뤄내는 걸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인데요. 오늘 ‘에디터픽’은 이퀴문도의 디지털 전략 전문가 캐롤라인 헤이스를 인터뷰한 기사를 전해드립니다. 김송이 기자가 캐롤라인 헤이스와 비대면 인터뷰를 하며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사회가 남성에게 오랫동안 요구해온 전통적인 남성성의 틀을 맨박스라고 부릅니다. 강해야 하고, 감정은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들이 여기에 들어가죠. 그런데 이런 기준에 스스로를 가둔 남성들일수록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특히 주목됩니다.
“이른바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은 조사 시점 기준으로, 직전 2주 동안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6배 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건 남성성 규범이 여성에게 가해를 하는 문제뿐 아니라, 남성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줍니다.”
- 흔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에서 오히려 여성혐오 콘텐츠가 더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요?
“미국이나 독일, 영국 같은 나라들을 보면요. 계층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는 남성들 입장에선 안정적인 직장이나 집이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여성혐오 콘텐츠는 ‘여성이나 성소수자가 네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식의 이야기를 던집니다. 그 서사가 퍼질 수 있는 토양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겁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배우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공 공간에 대한 정부 투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청소년 스포츠 프로그램이나 공공도서관, 방과 후 활동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그러다 보니 많은 소년들이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온라인에서 찾고 있습니다. 2023년 미국 남성 실태조사를 보면, 미국 남성의 48% 가까이가 ‘온라인 속 삶이 오프라인보다 더 가치 있다’고 답했어요. 또 10대부터 20대 초반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3분의 2가 게임 속 삶이 더 ‘진짜 같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에서 불거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도 떠오릅니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갔을 때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해자의 평균 나이가 14~15세라고 하더군요. 이 소년들이 하루아침에 여성혐오 콘텐츠를 접하고, 갑자기 젠더 폭력을 저지르게 된 건 아닐 겁니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도록 밀어붙이는 환경 속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 그 ‘특정한 행동을 부추기는 환경’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가요?
“저희 이퀴문도는 전통적인 남성성 규범과 성희롱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 이른바 맨박스를 17가지 태도로 나눴어요. 예를 들면 ‘남성이라면 데이트 관계에서 돈 문제의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동성애자 남성은 진짜 남성이 아니다’, ‘존중받으려면 폭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같은 생각들이죠. 미국 남성들 가운데 이런 태도에 가장 많이 동의한 상위 20%를 ‘맨박스에 갇힌 남성’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이들 중 71%가 성희롱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이런 태도에 거의 동의하지 않은 ‘맨박스 밖의 남성’은 7%에 불과했어요. 남성성 규범이 실제 젠더 폭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 소년들이 여성혐오 콘텐츠에 빠져들게 되는 공통적인 특징도 있나요?
“문제가 되는 콘텐츠들은 겉으로 보면 굉장히 실용적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연애 방법, 자기관리, 돈 관리 같은 누구나 궁금해할 주제들이죠. 그런데 점점 ‘네가 힘든 건 여성이나 성소수자, 이민자 때문’이라며 분노의 대상을 특정 집단으로 돌립니다. (여성혐오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앤드류 테이트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 중에도 ‘난 돈 관리 영상만 본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 깔린 여성혐오적인 가치관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됩니다. 아직 뇌가 발달 중이고, 주변에 비판적으로 이야기 나눌 어른이나 또래가 없는 소년들에게는 그 영향력이 훨씬 더 큽니다.”
- 관련 연구 결과도 있나요?
“있습니다. 남성 청소년으로 설정한 유튜브나 틱톡 계정을 만들어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켄트대 연구진이 가상 계정을 만들어 분석했는데, 처음에는 외로움이나 자기계발 같은 일반 영상이 추천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을 비난하는 콘텐츠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며칠 만에 추천 비율이 13%에서 56%까지 뛰었죠. 또 남성으로 설정된 프로필은, 일부러 그런 콘텐츠를 찾지 않아도 평균 23분 만에 여성혐오 콘텐츠에 노출됐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왜 강하게 제재하지 않는 걸까요?
“유튜브도 수익 창출을 막는 등 나름의 대응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플랫폼의 수익 구조 자체가 ‘자극’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콘텐츠 상당수는 이용약관을 노골적으로 어기지 않아요. 욕설 대신 ‘여성은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처럼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미국에서는 ‘여성 참정권(수정헌법 19조)을 폐지해야 한다’는 콘텐츠도 확산됐는데, 이것 역시 약관 위반은 아니었습니다. 자극적이고 분노를 유발하기 때문에 빠르게 퍼졌고요. 조회수와 댓글 수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이런 콘텐츠가 반복 생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 인공지능(AI) 기술이 여성혐오를 더 부추긴 사례도 있나요?
“AI로 가짜 나체 사진을 만들어주는 앱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여성 사진에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었고, 남성 사진을 넣으면 자동으로 여성 신체로 바뀌는 식이었죠. 최근에는 AI 친구 앱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 이용자가 젊은 남성들인데요. 조사 결과를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AI를 연애나 친밀한 관계의 대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남성의 외로움이 그대로 수익 모델이 되고, 친밀감이 상품처럼 거래될 위험이 있는 거죠.”
-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만의 현상일까요?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옵니다. 남성 자살률, 학업 중단, 건강 문제 같은 지표들이 자주 언급되죠. 우리는 많은 젊은 남성들이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끼며 좌절한다고 봅니다. 문제의 핵심은, 남성에게 특정 방식으로 살아가라고 요구하는 이 성별화된 시스템 자체입니다. 전통적 남성성 규범은 늘 ‘혼자 버텨라, 감정은 드러내지 마라’고 말해왔죠. 거기서 벗어나면 조롱과 낙인이 따라옵니다.”
- 그래서 페미니즘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남성들이 겪는 고통을 ‘차별’로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근본 원인은 여성이나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성에게 씌워진 남성성 규범입니다. 일부 단체들은 ‘남성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앞세워 그 책임을 여성에게 돌립니다. 하지만 여성이 잘 살아서 남성이 힘든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남성 자살률이 더 높은 건, 총기처럼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살 시도 자체는 여성 쪽이 더 많습니다.”
- 한국 정부도 남성 차별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했습니다. 성평등가족부에 성형평성기획과도 신설했습니다.
“단일 지표만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미국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학교 이탈률이나 높거나 학사 학위를 끝까지 이수하지 못한다는 데이터가 있는데요. 이를 이해하려면 남성과 여성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의 임금 구조가 어떤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교육·돌봄 분야는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노동인데도 임금은 훨씬 낮습니다. 정책이 남성의 교육 진입률을 문제 삼는다면, 동시에 왜 돌봄 노동이 이렇게 저평가돼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남학생을 위한 페미니즘 책 <맨박스, 페미니즘>을 쓴 권재원 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20대 남자를 자유롭게 만들 힘은 여자를 윽박지르거나 여성의 권리를 빼앗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그 힘은 남성들을 가부장과 남자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 남성들을 힘들게 만드는 건 페미니즘이나 여성이 아니라 가부장제와 그 수혜자인 가부장이라는 점을 직시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남성 해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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