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니쉬플라이구매 “꽃 비빔밥 20그릇, 어만두 100개”…푸드 디렉터 최은주 대표에 듣는 <폭군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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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5-10-19 08:34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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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폭군의 셰프>가 종영 후 3주 차에도 넷플릭스 한국 TV쇼 부문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활약한 음식들도 화제가 됐다. 궁중요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퓨전음식을 선보이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K-푸드의 매력을 알린 드라마 속 요리 장면 뒤에는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폭군의 셰프> 푸드팀을 이끈 미디어 푸드 디렉터 최은주씨(43)다. 그는 드라마 종영 후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음식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줄은 몰랐다”며 “드라마의 긴장감 속에서 음식이 하나의 언어가 되고 시청자분들이 그것을 눈여겨봐 주신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회 시청자들을 홀린 요리 장면이 탄생하기까지 최은주 디렉터와 그의 ‘락앤쿡’ 푸드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푸드팀은 자문 셰프 섭외부터 레시피 구성, 음식 디자인과 시연, 재료 수급, 그릇 선정, 현장 조리까지 요리 장면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담당했다. 최 디렉터는 “조선 시대 고증과 프랑스 요리 기법을 함께 살려야 하는 작품이라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며 “특히 대본 속 음식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설득력이 있을지를 늘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영하 18도 한겨울에 촬영을 시작해 기온이 37도까지 오른 한여름까지, 극과 극의 계절을 지나며 긴장감 속에 음식을 준비했던 경험은 15년 넘게 방송 요리를 해온 그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무엇보다 촬영 스케줄에 맞춰 음식의 상태가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그는 “겨울엔 음식이 식을까, 여름엔 음식이 상할까 노심초사했다”라며 첫 야외 촬영이었던 고추장 버터 비빔밥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꼽았다.
“‘꽃 비빔밥’이라는 콘셉트로 나물들을 꽃밭처럼 디자인했는데, 2월이라 진달래를 구하기 어려웠어요. 대체 꽃을 공수해 얼지 않게 보관하며 촬영했죠. 제작진 모두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촬영 기간 만들어진 음식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수라간 대령숙수 선발 경합부터 명나라와의 요리 대결까지, 방송에 등장한 요리만 30~40가지에 달했다. 컷마다 음식을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한 요리를 보통 10그릇, 많게는 20그릇 이상 준비했다. 화면엔 한 그릇만 보이지만, 그 뒤엔 몇 배의 손길이 더해진 셈이다. 고추장 버터 비빔밥만 20그릇을 만들었고, 명나라 경연 장면의 어만두는 조선과 명나라 시식단의 접시까지 합쳐 100개 넘게 빚었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프렌치 요리를 접목한 화려한 플레이팅도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5화에 등장한 눈꽃 슈니첼은 처음에 백자 그릇에 담았다가 뭔가 밋밋해 최 대표가 13년 동안 소장해 온 황토 기와판 그릇을 꺼냈다. 그 위에 한지로 만든 그릇을 올리고, 우엉 튀김과 솔잎, 솔방울을 곁들여 완성했다. 그는 “귀한 그릇이라 품에 꼭 안고 현장까지 가져갔다”며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2화에 등장한 수비드 스테이크 장면은 푸드팀이 조선 시대에 수비드 요리를 한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네 가지 한지에 기름을 직접 바르고 말려 가장 적합한 재질을 찾은 끝에 완성된 장면이다.
화면에 비치는 요리의 모양만큼 맛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최 디렉터는 “오랜 기간 방송 소품 요리를 만드는 일을 하며 배우분들이 식은 요리를 드시는 게 안타까웠다”며 “맛 표현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현장에서 배우들이 맛있게 먹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맛과 온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극 중 이헌 역을 맡았던 배우 이채민을 비롯해 기미상궁 역할의 박준면 등은 “현장 요리가 정말 맛있었다”고 여러 차례 밝히며 푸드팀의 요리실력을 치켜세운바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푸드 디렉팅을 담당하기도 했던 최 디렉터는 “여러 작품을 해왔지만 <폭군의 셰프>는 유독 요리가 빛난 작품이라 기억에 더욱 남을 듯 하다”라며 “화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얼마 전 K-푸드 콘퍼런스에서 만난 한 연사분이 <폭군의 셰프> 방영 이후 상하이에서 어만두 판매량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뿌듯했고 그동안 화면 밖에서 그림자 셰프로 일해 온 보람을 느꼈어요. 앞으로도 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더욱 빛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캄보디아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오성일씨(63)는 최근 SNS를 보고 당혹감을 느꼈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납치된 한국인 대학생이 지난 8월8일 숨진 채 발견된 뒤 캄보디아를 ‘범죄국가’ 등으로 부르는 게시물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직접 겪어온 캄보디아 모습과 다른 이야기들이 확산되자 그는 “억장이 터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오씨는 “특정 범죄조직이 잘못한 일인데 왜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국가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납치·감금 등 범죄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캄보디아에 대한 허위 정보나 혐오 표현이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캄보디아 쓰레기통에서 여행객 여권이 우르르 나왔다”는 등 명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담’도 그중 하나다. 일부는 “캄보디아에 가면 살아서 못 돌아온다” “동남아인들은 피해야 한다”는 등 국가와 국민 전체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 사는 교민들은 사실과 다른 이런 이야기들이 당황스럽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2년간 한국어를 가르친 최민희씨(50)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언론에서 ‘범죄소굴’이라고 표현하면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아서 생기는 편견과 차별에 주변 캄보디아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도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과 일반인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며 “한국을 좋아하는 캄보디아인도 많은데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 관광사업 등을 하는 교민들의 생계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민들도 지나친 혐오 표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강자연씨(27)는 “최근 SNS와 댓글에서 ‘교육 못 받아서 미개하다’ ‘못사는 나라’처럼 동남아 국가와 국민들을 혐오하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보고 있다”며 “최근 사건이 심각한 범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그 국가와 전 국민을 혐오할 이유가 될 순 없다”고 했다. A씨(30)는 “동남아 국가를 ‘마약과 총기의 온상’으로 보는 흐름이 커져 우려스럽다”며 “한국에서도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정신병원에 감금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네팔에서 한국인을 혐오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인 B씨는 이날 기자와 SNS 메신저로 대화하며 “캄보디아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똑같이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좋은 삶을 원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갤러리 두모악을 만든 김영갑그의 사후에도 20년 지켜낸 박 관장재정난 딛고 “모두가 주인” 되려면정부와 제주도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얼마 전 강연을 위해 제주에 있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 다녀왔다. 개인 공부가 많이 밀려 있는 터라 원고나 강연 요청에 잘 응하지 않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채권자가 모르는 내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15년 전, 삶의 기반이었던 공동체가 해체된 후 나는 분노와 두려움, 불안으로 날뛰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제주로 도망쳤다. 틈만 나면 마음속에 미운 사람을 불러다가 할퀴고 찌르고 나 자신까지도 고문대에 올려놓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영갑을 모른 채 김영갑갤러리를 찾았다. 그날의 느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내 마음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노을이 붉게 번졌다.
그날 나는 김영갑이 말한 동박새였는지도 모르겠다. 동백꽃을 꽂아두었더니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작은 새. “요란스럽게 떠벌리지 않더라도 말없이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면 한 사람 두 사람 사진을 보러 찾아올 것이다.” 전시회도 그랬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아무도 초대하지는 않는다고, 그저 작품을 걸어놓고 혼자서 생각에 잠긴 뒤 그 생각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고 했다. 다만 무심코 들어온 동박새가 그가 본 것을 함께 보고 그가 느낀 것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사진이 그런 동백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김영갑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었다. 그 책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자기 몫의 삶에 치열한” 사람이 있었다. 두렵지 않아서, 불안하지 않아서, 유혹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한겨울 매서운 바람에도 물질하는 해녀와 한여름 무더위에도 김을 매고 수확하는 노인들”처럼 묵묵하게 걸었던 사람 말이다. 방에서 출구를 찾느라 이곳저곳에 부딪혔던 동박새처럼 나 역시 책을 읽고 여기저기 부딪혔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그랬다. 그 후에도 몇차례 내 안에서 무언가가 날뛸 때마다 두모악의 정원에 잠시 앉아있다 돌아왔다.
내게 강연을 요청한 이는 나를 김영갑처럼 걷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김영갑을 보고 황급히 도망쳤던 동박새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길을 찾고 있고 무엇보다 두모악을 살려내야 한다는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내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 길을 찾는 사람에게는 길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강연 전 박훈일 관장이 인사말을 했다. “김영갑 선생님이 제주에 사신 게 20년, 그리고 제가 이곳을 지킨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그 한마디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김영갑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동박새는 모른다. 동백꽃을 피우기까지 나무가 견뎌낸 고통의 시간을.” 15년 전 김영갑을 모른 채 그가 열어둔 문으로 날아든 것처럼, 나는 또 한 사람을 모르고 여기에 왔구나 싶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삼촌을 만나서 한집에 살았어요.” 박훈일은 제주에 온 김영갑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배웠고, 누구 말마따나 “김영갑을 가장 사랑한 죄”로 두모악 지킴이로 살아왔다. 김영갑이 루게릭병으로 굳어가는 근육을 달래가며 일구기 시작한 정원을 지난 20년간 가꾼 것도 그였다. 내가 조용히 앉아있다 돌아왔던 그 정원 말이다.
김영갑의 20년만큼이나 박훈일의 20년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두모악 사정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세간살이 보여주는 가난한 사람처럼 쭈뼛댔다. 코로나 사태로 관람객이 급감한 후 이제는 알음알음 찾아오던 사람들까지 별로 없다고 했다. 재정이 어려워 작년에는 몇달간 문을 닫기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매번 임대 계약을 갱신하고 있는 학교 건물이 낡아 작품들이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해법을 묻자 그는 “모두가 주인인 곳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정직한 사람들의 말은 이렇게 조미료 넣지 않은 음식처럼 심심하다. 그런데 이 심심한 말을 그는 힘주어서 여러 번 했다. 뭔가 더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인데 꾸미지 않는 이 사람은 더하지도 않는다.
모두의 것이 된다는 것은 단지 모두가 누린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두모악이 모두의 것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그래서 나 같은 동박새들이 무심코 드나들 수 있으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공적인 운영과 지원 체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초대한 활동가가 박훈일을 가리키며 슬픈 얼굴로 말했다. “김영갑 선생이 돌아가신 후 20년을 저 한 사람이 지켜왔어요.” 그는 틀림없이 대단한 사람이다. 모두의 것을 혼자서 짊어지고 있는 개인은 위대하다. 그러나 그런 개인에게 기대고 있는 사회는 한없이 초라하다. 분명 정부와 제주도가 해야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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