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톡톡] '1,700건' 해도 집배원은 퇴근 못 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10-09 13:26 조회3,78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연합뉴스
[사진톡톡] '1,700건' 해도 집배원은 퇴근 못 한다
입력 2017.09.30. 10:01 댓글 1개
새벽부터 따라다녀 본 집배원의 하루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택배 117건, 등기 95건, 일반우편 1,500건, 전화 100통'
서울 용산우체국 채주병 집배원(25)의 지난 26일 배송량입니다.
우체국 택배원으로 3년 근무한 채 집배원은 3개월 전 무기한 계약직으로 채용됐습니다. 숙달된 집배원은 택배가 150건을 넘습니다.
"어제는 밤 11시에 일이 끝났어요."
"점심은 편의점에서 라면 먹었어요."
하루 만에 다시 만난 채 집배원의 대답입니다.
"저녁은 글쎄요. 일 끝나고 먹어야죠"
방수일 팀장(52)이 말합니다. 26년 차 방 팀장은 우체국 인근을 맡고 있습니다. 주상복합이 많습니다.
"우체국입니다"라는 말에 '띠리릭' 문이 열리자 저녁상에 오를 찌개 냄새가 복도에 퍼집니다.
지난 26일 화요일 용산우체국. 화요일은 택배가 많은 날입니다. 추석 연휴 바로 전 주라 모든 직원이 비상입니다.
동서울 우편물류센터에서 보내오는 택배를 받기 위해 새벽 6시 30분부터 집배원들이 분주합니다. 5톤 트럭이 도착하면 물건을 내리고 구역별로 구분해 2층 배송팀으로 올립니다. 모두 집배원이 해야 합니다.
신경이 곤두선 어느 집배원이 소리칩니다. "이리로 와! 거기서 손만 까딱까딱하지 말고".
물량을 옮기는, 어른 키보다 큰 철제 팔레트는 빈 상태여도 밀기가 힘듭니다. 2층으로 올라온 팔레트는 다시 팀별로 나뉩니다. 아수라장.
뒤엉킨 팔레트 사이에서 집배원들의 고함은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팀에 전달된 택배는 다시 개인별로 분류됩니다. 1층에서 택배를 받는 것은 십여 명이 한 시간씩 교대로 합니다. 2층에서는 분류작업이 바로 이어집니다.
이날 해야 하는 택배 수는 1만4천35개. 등기는 9천8백4개입니다. 용산우체국 역사상 최고입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라는 어느 집배원의 고성이 장난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택배는 평소보다 두 배입니다. 추석 전이라 과일, 쌀 등 무거운 것들이 많습니다.
용산우체국 집배원은 100명입니다. 성수기라 위탁 22명이 지원합니다.
김홍식 용산우체국 지부장은 그래도 이번 추석은 "하늘이 도왔다"고 합니다.
일단 날씨가 좋습니다. 비나 눈이 오면 고역입니다. 오토바이 운전도 그렇지만 우편물이 젖으면 큰일입니다.
매달 15일에서 20일은 고지서 폭주기입니다. 그리고 9월은 재산세도 나오는 달입니다. 재산세 배달과 기타 고지서 폭주기가 명절과 겹치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동서울 우편물류센터에서 우체국으로의 배송은 오후 4시가 지나서야 끝납니다. 5톤 트럭 15대가 넘는 물량입니다.
집배원들은 우체국 안에서도 바쁩니다. 밀려드는 우편물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전화가 쏟아집니다.
"네, 고객님. 댁에 계세요? 이거 상하는 거라 빨리 냉장보관 하셔야 해요."
자신이 맡은 구역의 물량을 어느 정도 챙기면 출동입니다. 오토바이 뒤에 달린 배송박스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우체국에서 먼 구역을 맡은 집배원의 택배물은 1톤 트럭이 각 거점에 내려놓습니다. 분실의 위험이 있는 거점에서는 아르바이트 요원이 물건을 지킵니다.
'한 짐' 배송을 마치고 거점에 오면 1톤 트럭이 내려놓고 간 택배가 또 '한 짐'입니다. 우체국 인근에 있는 집배원들은 동서울에서 보낸 택배 트럭이 도착하면 도와달라는 동료의 전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짐을 내리고 분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전에는 주로 등기와 일반우편을 배송합니다. 택배는 아직 다 받지도 못했습니다. 생각을 잘 해야 합니다. 한 번에 한 지역을 끝내는 게 최선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우체통에 꽂기만 하는 일반우편은 조금 수월합니다. 등기우편은 까다롭습니다. 사설 택배 기사 보다 택배 수가 조금 적을 수 있지만, 집배원의 우편업무는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등기의 경우 2회 방문입니다. 당일 못 만나면 다음 날 다시 가야 합니다. '본인 지정' 계약등기나 법원등기의 경우 3회 방문입니다. 등기나 택배,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합니다. 잘못 배달하면 법원에 불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체국 한편에 적힌 '오배달 0% 달성하기. 즐거운 하루 되길….'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우체국 배달 문자가 오면 어디에다 놓고 가라는 답 문자를 보내주면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정규직 집배원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주요 거래처에서 배송물품을 싣고 오는 택배원으로 3년 정도 근무하면 무기한 계약직인 상시 집배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규직 결원이 생기면 그 자리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정규직이 된다고 집배원의 업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휴가를 가면 그 지역을 다른 집배원들이 해야 합니다. 휴가 간 집배원은 부담입니다.
저녁을 먹지 못한 집배원들은 배송을 마치고 우체국에 돌아와도 퇴근할 수 없습니다. 다음 날 배송할 우편물을 정리해야 합니다. '오늘' 못한 배송은 '내일'의 '내 일'입니다.
천 통이 넘어가는 우편물을 전날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배송을 하는 까닭입니다. 휴가를 다녀오면 우편물 정리가 잘 돼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별로 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일 만나지 못한 고객의 등기 관리도 해야 합니다.
정년을 6개월 앞둔 조항성 집배원은 우체국에 나오지 않아도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 공로 연수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일을 합니다. 자신의 구역을 다른 집배원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명절 때 택배량이 제일 많은 동부이촌동 지역을 맡은 집배원이 불만을 토로합니다. 택배도 '부익부 빈익빈'입니다.
"증원해야 해요. 너무 힘들어요."
"부하량…. 그게 말이 됩니까!"
집배원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집배 부하량 시스템이 불만입니다.
집배 부하량은 일 인당 적정량을 산정합니다. '일반우편 2.1초', '등기 28초', '소포 30.7초' 등 업무를 초 단위로 정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배송까지의 시간입니다. 증원의 기준도 됩니다.
부하량과 관련해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는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노조는 집배 부하량은 현장과 동떨어진 시스템이라고 폐기를 주장합니다.
전화합니다. 안 받으면 직접 가서 벨을 눌러야 합니다. 아파트는 인터폰을 합니다. 집에 고객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계단을 올라갑니다.
카메라만 달랑 들고 쫓아가는 기자도 숨이 찹니다. 숨 고를 새도 없이 벨을 누릅니다. 바로 문을 열어 주기도 하지만 몇 번 벨을 누를 때도 있습니다. 물건을 전달하고 사인을 받습니다.
친절해야 합니다. 어느 집배원은 "눈이나 비보다 무서운 게 민원"이라고 합니다. 콜센터에 불친절, 내용물 파손 등의 민원이 올라오면 해당 우체국 경영평가에 해가 됩니다.
살갑게 집배원을 대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동네에서 매일 보기 때문입니다. 부탁하기도 합니다.
한 할머니가 채주병 집배원을 돌려세웁니다.
"우리 개 못 봤어? 어제 나가서 안 와" 그러면서 개의 생김새를 말해줍니다.
"제가 다니다가 보면 데리고 올게요."
끝까지 설명을 들은 채 집배원이 '예쁘게' 대답합니다.
"너무 착해. 아주 열심이야. 항상 웃어"
뛰어가는 채 집배원 뒤에 남은 제게 이렇게 칭찬합니다.
방수일 팀장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옵니다.
"우리 애 편지 왔나요?"
방 팀장이 옆 동에 온 걸 보고 자신의 동 로비에서 15분을 기다린 아주머닙니다.
"있으면 제가 봤을텐데...잠시만요..."
군대 간 아들의 편지가 없자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섭니다.
다른 아주머니는 음료수를 방 팀장에게 전합니다. 기자를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어머! 이런 거 주면 안 되나요?"
평소에도 음료수를 잘 챙겨 주신다고 합니다.
"제가 이 동네에서 세 번 이사했는데 그때마다 우편물을 가져다 주시고...너무 친절하세요."
16년 차 조길용 집배원(49)은 '눈치'와 '경비원과 친하기'를 강조합니다.
"인터폰 10개 하는데 십분 걸리는 사람도 있어요."
아파트 입구에 다른 사설 택배 기사가 있으면 다른 동을 먼저 갑니다. 인터폰 차례를 기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이 고맙다고 음료수를 주면 경비원에게 바로 주기도 합니다. 경비원의 배려가 필요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눈치 없으면 이 일 못 해요."
15년 차 조종근 집배원(48)은 택배가 좀 늦었습니다. 어두운 밤거리를 달립니다. 저녁도 못 먹었는데 얄궂게도 식당으로 가는 택배가 많습니다. 이내 주택가 골목길로 사라집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오토바이만 서 있습니다. 어디선가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조종근 집배원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방수일 팀장이 자신의 책상 밑에서 비닐에 꽁꽁 싸여 있는 집배원 가방을 꺼냅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집배원 체험 때 사용한 가방입니다. 당시 방 팀장이 동행했습니다. 사인을 받아 곱게 모시고 있습니다.
몇몇 동료는 방 팀장을 볼 때마다 "청와대에서 초청 안 했어요?" 하고 농담조로 묻습니다.
방 팀장은 "그러게. 연락이 없네"하고 웃습니다.
청와대에 가면 할 말이 많지 않을까요?
우체국 집배원의 업무.
풀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xyz@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진톡톡] '1,700건' 해도 집배원은 퇴근 못 한다
입력 2017.09.30. 10:01 댓글 1개
새벽부터 따라다녀 본 집배원의 하루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택배 117건, 등기 95건, 일반우편 1,500건, 전화 100통'
서울 용산우체국 채주병 집배원(25)의 지난 26일 배송량입니다.
우체국 택배원으로 3년 근무한 채 집배원은 3개월 전 무기한 계약직으로 채용됐습니다. 숙달된 집배원은 택배가 150건을 넘습니다.
"어제는 밤 11시에 일이 끝났어요."
"점심은 편의점에서 라면 먹었어요."
하루 만에 다시 만난 채 집배원의 대답입니다.
"저녁은 글쎄요. 일 끝나고 먹어야죠"
방수일 팀장(52)이 말합니다. 26년 차 방 팀장은 우체국 인근을 맡고 있습니다. 주상복합이 많습니다.
"우체국입니다"라는 말에 '띠리릭' 문이 열리자 저녁상에 오를 찌개 냄새가 복도에 퍼집니다.
지난 26일 화요일 용산우체국. 화요일은 택배가 많은 날입니다. 추석 연휴 바로 전 주라 모든 직원이 비상입니다.
동서울 우편물류센터에서 보내오는 택배를 받기 위해 새벽 6시 30분부터 집배원들이 분주합니다. 5톤 트럭이 도착하면 물건을 내리고 구역별로 구분해 2층 배송팀으로 올립니다. 모두 집배원이 해야 합니다.
신경이 곤두선 어느 집배원이 소리칩니다. "이리로 와! 거기서 손만 까딱까딱하지 말고".
물량을 옮기는, 어른 키보다 큰 철제 팔레트는 빈 상태여도 밀기가 힘듭니다. 2층으로 올라온 팔레트는 다시 팀별로 나뉩니다. 아수라장.
뒤엉킨 팔레트 사이에서 집배원들의 고함은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팀에 전달된 택배는 다시 개인별로 분류됩니다. 1층에서 택배를 받는 것은 십여 명이 한 시간씩 교대로 합니다. 2층에서는 분류작업이 바로 이어집니다.
이날 해야 하는 택배 수는 1만4천35개. 등기는 9천8백4개입니다. 용산우체국 역사상 최고입니다.
"아이고, 살려주세요."라는 어느 집배원의 고성이 장난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택배는 평소보다 두 배입니다. 추석 전이라 과일, 쌀 등 무거운 것들이 많습니다.
용산우체국 집배원은 100명입니다. 성수기라 위탁 22명이 지원합니다.
김홍식 용산우체국 지부장은 그래도 이번 추석은 "하늘이 도왔다"고 합니다.
일단 날씨가 좋습니다. 비나 눈이 오면 고역입니다. 오토바이 운전도 그렇지만 우편물이 젖으면 큰일입니다.
매달 15일에서 20일은 고지서 폭주기입니다. 그리고 9월은 재산세도 나오는 달입니다. 재산세 배달과 기타 고지서 폭주기가 명절과 겹치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동서울 우편물류센터에서 우체국으로의 배송은 오후 4시가 지나서야 끝납니다. 5톤 트럭 15대가 넘는 물량입니다.
집배원들은 우체국 안에서도 바쁩니다. 밀려드는 우편물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전화가 쏟아집니다.
"네, 고객님. 댁에 계세요? 이거 상하는 거라 빨리 냉장보관 하셔야 해요."
자신이 맡은 구역의 물량을 어느 정도 챙기면 출동입니다. 오토바이 뒤에 달린 배송박스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우체국에서 먼 구역을 맡은 집배원의 택배물은 1톤 트럭이 각 거점에 내려놓습니다. 분실의 위험이 있는 거점에서는 아르바이트 요원이 물건을 지킵니다.
'한 짐' 배송을 마치고 거점에 오면 1톤 트럭이 내려놓고 간 택배가 또 '한 짐'입니다. 우체국 인근에 있는 집배원들은 동서울에서 보낸 택배 트럭이 도착하면 도와달라는 동료의 전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짐을 내리고 분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전에는 주로 등기와 일반우편을 배송합니다. 택배는 아직 다 받지도 못했습니다. 생각을 잘 해야 합니다. 한 번에 한 지역을 끝내는 게 최선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우체통에 꽂기만 하는 일반우편은 조금 수월합니다. 등기우편은 까다롭습니다. 사설 택배 기사 보다 택배 수가 조금 적을 수 있지만, 집배원의 우편업무는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등기의 경우 2회 방문입니다. 당일 못 만나면 다음 날 다시 가야 합니다. '본인 지정' 계약등기나 법원등기의 경우 3회 방문입니다. 등기나 택배,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합니다. 잘못 배달하면 법원에 불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체국 한편에 적힌 '오배달 0% 달성하기. 즐거운 하루 되길….'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우체국 배달 문자가 오면 어디에다 놓고 가라는 답 문자를 보내주면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정규직 집배원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주요 거래처에서 배송물품을 싣고 오는 택배원으로 3년 정도 근무하면 무기한 계약직인 상시 집배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규직 결원이 생기면 그 자리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정규직이 된다고 집배원의 업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휴가를 가면 그 지역을 다른 집배원들이 해야 합니다. 휴가 간 집배원은 부담입니다.
저녁을 먹지 못한 집배원들은 배송을 마치고 우체국에 돌아와도 퇴근할 수 없습니다. 다음 날 배송할 우편물을 정리해야 합니다. '오늘' 못한 배송은 '내일'의 '내 일'입니다.
천 통이 넘어가는 우편물을 전날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배송을 하는 까닭입니다. 휴가를 다녀오면 우편물 정리가 잘 돼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별로 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일 만나지 못한 고객의 등기 관리도 해야 합니다.
정년을 6개월 앞둔 조항성 집배원은 우체국에 나오지 않아도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 공로 연수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일을 합니다. 자신의 구역을 다른 집배원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명절 때 택배량이 제일 많은 동부이촌동 지역을 맡은 집배원이 불만을 토로합니다. 택배도 '부익부 빈익빈'입니다.
"증원해야 해요. 너무 힘들어요."
"부하량…. 그게 말이 됩니까!"
집배원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집배 부하량 시스템이 불만입니다.
집배 부하량은 일 인당 적정량을 산정합니다. '일반우편 2.1초', '등기 28초', '소포 30.7초' 등 업무를 초 단위로 정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배송까지의 시간입니다. 증원의 기준도 됩니다.
부하량과 관련해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는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노조는 집배 부하량은 현장과 동떨어진 시스템이라고 폐기를 주장합니다.
전화합니다. 안 받으면 직접 가서 벨을 눌러야 합니다. 아파트는 인터폰을 합니다. 집에 고객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계단을 올라갑니다.
카메라만 달랑 들고 쫓아가는 기자도 숨이 찹니다. 숨 고를 새도 없이 벨을 누릅니다. 바로 문을 열어 주기도 하지만 몇 번 벨을 누를 때도 있습니다. 물건을 전달하고 사인을 받습니다.
친절해야 합니다. 어느 집배원은 "눈이나 비보다 무서운 게 민원"이라고 합니다. 콜센터에 불친절, 내용물 파손 등의 민원이 올라오면 해당 우체국 경영평가에 해가 됩니다.
살갑게 집배원을 대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동네에서 매일 보기 때문입니다. 부탁하기도 합니다.
한 할머니가 채주병 집배원을 돌려세웁니다.
"우리 개 못 봤어? 어제 나가서 안 와" 그러면서 개의 생김새를 말해줍니다.
"제가 다니다가 보면 데리고 올게요."
끝까지 설명을 들은 채 집배원이 '예쁘게' 대답합니다.
"너무 착해. 아주 열심이야. 항상 웃어"
뛰어가는 채 집배원 뒤에 남은 제게 이렇게 칭찬합니다.
방수일 팀장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옵니다.
"우리 애 편지 왔나요?"
방 팀장이 옆 동에 온 걸 보고 자신의 동 로비에서 15분을 기다린 아주머닙니다.
"있으면 제가 봤을텐데...잠시만요..."
군대 간 아들의 편지가 없자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섭니다.
다른 아주머니는 음료수를 방 팀장에게 전합니다. 기자를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어머! 이런 거 주면 안 되나요?"
평소에도 음료수를 잘 챙겨 주신다고 합니다.
"제가 이 동네에서 세 번 이사했는데 그때마다 우편물을 가져다 주시고...너무 친절하세요."
16년 차 조길용 집배원(49)은 '눈치'와 '경비원과 친하기'를 강조합니다.
"인터폰 10개 하는데 십분 걸리는 사람도 있어요."
아파트 입구에 다른 사설 택배 기사가 있으면 다른 동을 먼저 갑니다. 인터폰 차례를 기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이 고맙다고 음료수를 주면 경비원에게 바로 주기도 합니다. 경비원의 배려가 필요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눈치 없으면 이 일 못 해요."
15년 차 조종근 집배원(48)은 택배가 좀 늦었습니다. 어두운 밤거리를 달립니다. 저녁도 못 먹었는데 얄궂게도 식당으로 가는 택배가 많습니다. 이내 주택가 골목길로 사라집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오토바이만 서 있습니다. 어디선가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조종근 집배원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방수일 팀장이 자신의 책상 밑에서 비닐에 꽁꽁 싸여 있는 집배원 가방을 꺼냅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집배원 체험 때 사용한 가방입니다. 당시 방 팀장이 동행했습니다. 사인을 받아 곱게 모시고 있습니다.
몇몇 동료는 방 팀장을 볼 때마다 "청와대에서 초청 안 했어요?" 하고 농담조로 묻습니다.
방 팀장은 "그러게. 연락이 없네"하고 웃습니다.
청와대에 가면 할 말이 많지 않을까요?
우체국 집배원의 업무.
풀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xyz@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