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노]노동자 사망 소식에 무뎌지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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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10-09 13:22 조회3,73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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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사망 소식에 무뎌지지 말아야
기사승인 2017.09.19 08:00:01
- 안현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 안현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얼마 전 집배원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분명히 전에도 집배원 사망 소식을 들었는데, 다시 또 다른 집배원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더 놀랍고 안타까웠던 것은 올해 1만9천여명의 집배원 가운데 15명이 자살·과로·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렇게 노동자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또’였다. 머릿속에 ‘또’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은 아마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특히 요즘은 노동자 자살 소식을 많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자살은 몇몇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자살의 사전적 정의가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는 행위로 돼 있고, 그렇게 배워 왔기 때문인 것 같다. 자살이 개인 문제 때문이라고 하려면 그 문제가 개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자살 원인은 장시간 노동, 과도한 노동, 감당할 수 없는 업무상 스트레스, 직장내 괴롭힘, 생활상 어려움 등이다. 이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 등 사회 전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것이다. 즉 개인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2003년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9월10일을 세계 자살예방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도 관련 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상담·치료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살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와 방안은 아직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살 원인이 장시간 노동이나 과도한 노동이라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업무를 배정해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돼 있는 과로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은 하나고, 한 번 잃은 생명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또 다른 생명을 잃기 전에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근로기준법 59조) 개정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몇몇 업종은 특례조항 적용에서 배제될 것이다. 아마도 해당 업종에서 수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크게 이슈가 된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몇몇 업종이라도 노동시간 특례에서 배제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사업, 사업 특성상 특례조항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인해 여전히 남아 있는 특례업종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장시간 노동은 몇몇 사업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무뎌지게 된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자신의 과도한 노동시간에 무뎌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한다. 삶을 빼앗을 수 있는 장시간 노동에 더 이상 무뎌져서는 안 된다.
“두렵다.” 얼마 전 사망한 집배원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의 첫마디다.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노동자 사망 소식에 더 이상 놀라지 않을까 봐 두려워해야 하고, 아니면 지금 이미 노동자 사망 소식에 무뎌져서 더 이상 놀라지 않고 있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안현경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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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17.09.19 08:00:01
- 안현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 안현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얼마 전 집배원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분명히 전에도 집배원 사망 소식을 들었는데, 다시 또 다른 집배원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더 놀랍고 안타까웠던 것은 올해 1만9천여명의 집배원 가운데 15명이 자살·과로·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렇게 노동자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또’였다. 머릿속에 ‘또’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은 아마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특히 요즘은 노동자 자살 소식을 많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자살은 몇몇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자살의 사전적 정의가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는 행위로 돼 있고, 그렇게 배워 왔기 때문인 것 같다. 자살이 개인 문제 때문이라고 하려면 그 문제가 개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자살 원인은 장시간 노동, 과도한 노동, 감당할 수 없는 업무상 스트레스, 직장내 괴롭힘, 생활상 어려움 등이다. 이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 등 사회 전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것이다. 즉 개인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2003년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9월10일을 세계 자살예방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도 관련 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상담·치료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살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와 방안은 아직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살 원인이 장시간 노동이나 과도한 노동이라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업무를 배정해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돼 있는 과로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은 하나고, 한 번 잃은 생명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또 다른 생명을 잃기 전에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근로기준법 59조) 개정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몇몇 업종은 특례조항 적용에서 배제될 것이다. 아마도 해당 업종에서 수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크게 이슈가 된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몇몇 업종이라도 노동시간 특례에서 배제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사업, 사업 특성상 특례조항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인해 여전히 남아 있는 특례업종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장시간 노동은 몇몇 사업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무뎌지게 된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자신의 과도한 노동시간에 무뎌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한다. 삶을 빼앗을 수 있는 장시간 노동에 더 이상 무뎌져서는 안 된다.
“두렵다.” 얼마 전 사망한 집배원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의 첫마디다.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노동자 사망 소식에 더 이상 놀라지 않을까 봐 두려워해야 하고, 아니면 지금 이미 노동자 사망 소식에 무뎌져서 더 이상 놀라지 않고 있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안현경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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