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49일만 지나면 또 죽으니 가슴엔 계속 근조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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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8-07-07 19:14 조회3,82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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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암 전국집배노동조합 집배국장이 2016~2018 년 동안 재직 중 사망한 집배원의 이름이 적힌 근조 리본을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미디어오늘
“49일만 지나면 또 죽으니 가슴엔 계속 근조 리본”
기사입력 2018-07-07 18:11 기사원문 스크랩
[현장] “우정노동자 ‘주 52시간 노동’ 뒤엔 ‘무료노동’ 있다”… 노조, 정규직 6500명 채용·주말 근무 폐지 요구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올해 6월까지 우정노동자 14명이 사망했다. 그 중 7명이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 질환 사망이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집배원은 ‘라돈매트리스’ 수거 격무에 시달리다 퇴근 직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암 사망, 교통사고 사망, 자살도 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이를 장시간 격무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봤다.
2017년엔 15명, 2016년엔 6명이 재직 중 사망했다. 사망자 26명의 이름이 적힌 근조 리본을 매일 가지고 다니는 오현암 집배국장은 “가슴에 근조 리본을 뗀 적이 없다. 49일이 지나면 또 누군가가 죽었고 올해만 한 달에 두 명 꼴이다. 우정노동자들이 장시간 과로에 시달리다 죽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주 40시간 노동 △정규직 6500명 충원 △토요택배 폐지를 주장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일부터 우편업에도 주 52시간 근무제(주당 40시간+연장노동 12시간)가 도입됐으나 이들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연 평균 2880시간, 하루 평균 11시간을 일한다. 주 6일 근무하면 노동시간 규정 위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 평균 1800시간 노동시간 단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 당 1000여 시간 일을 덜 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건 토요일 근무 축소와 인력 채용이다.
노조는 정규직 6500명이 추가 채용돼야 한다고 계산했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점 기준, 추가 채용된 정규직은 없다. 우정사업본부와 교섭권한을 가진 전국우정노동조합은 토요일 택배 물량을 도급업체에 넘긴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민간 택배사와 계약한 ‘위탁집배원’의 일이 늘어는 셈이다. 노조는 이를 “비정규직-정규직을 이간질하는 일감 몰아주기 분할 정책”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결의문에서 “우정본부 노동시간 단축은 인력증원없는 빈 껍데기다. 노동시간을 억지로 줄이기 위해 무료노동을 늘릴 것”이라며 “특정시간이 되면 우체국 불을 끄고 미처 배달하지못한 편지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넘길 것이고 유연근무·변형근로를 활용해 수치상으로만 노동시간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주 40시간 노동 △정규직 6500명 충원 △토요택배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집배노동자들은 밤 8시에 퇴근해도 6시에 퇴근했다고 기록하는 관행이 있다. 관리자의 강요나 오래 굳혀진 조직문화 영향이 크다. 집배노동자의 ‘무료노동’이다. 가령 창원 지역 우체국은 매달 1·4번째 주엔 오후 연장노동 수당 책정을 하지 않는다. 7년차 집배원 김종목씨는 “퇴근시간에도 편지, 택배가 남아있는데 집배원이 어떻게 바로 퇴근을 할 수 있겠느냐. 늘상 이렇게 공짜 노동을 했고 시간 내에 일을 마치려고 밥 시간 없이 빡빡하게 일하는 습관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4년 5개월 간 비정규직 집배원으로 일했다. 그는 “특별소통기간엔 2주일 내내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밤 10시에 퇴근했다. 죽기 살기로 일했다”며 “정직원이 돼도 일이 점점 늘어나 초코바로 점심을 때울 때가 많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니 장염으로 응급실에 가는 날이 많아졌다. 난생 처음 난 코피가 쏟아져 멈추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주 40시간 노동 △정규직 6500명 충원 △토요택배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토요일 근무 폐지가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효 정책국장은 “이미 우체국은 1년 2개월 간 토요일 택배 배달 근무를 폐지했던 적이 있다. 3년 전 부활시켰다”며 “물류노동자 전체의 요구로서 주장하는 측면도 있다.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시행하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노조는 “강제 유연근무로 노동시간을 억지로 줄여놓고 개선됐다고 떠들어댈 본부의 기만적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 죽음의 직장이 아닌 생동의 직장, 출근하고 싶은 직장,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우정사업본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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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07 18:11 기사원문 스크랩
[현장] “우정노동자 ‘주 52시간 노동’ 뒤엔 ‘무료노동’ 있다”… 노조, 정규직 6500명 채용·주말 근무 폐지 요구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올해 6월까지 우정노동자 14명이 사망했다. 그 중 7명이 뇌출혈,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 질환 사망이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집배원은 ‘라돈매트리스’ 수거 격무에 시달리다 퇴근 직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암 사망, 교통사고 사망, 자살도 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이를 장시간 격무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봤다.
2017년엔 15명, 2016년엔 6명이 재직 중 사망했다. 사망자 26명의 이름이 적힌 근조 리본을 매일 가지고 다니는 오현암 집배국장은 “가슴에 근조 리본을 뗀 적이 없다. 49일이 지나면 또 누군가가 죽었고 올해만 한 달에 두 명 꼴이다. 우정노동자들이 장시간 과로에 시달리다 죽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주 40시간 노동 △정규직 6500명 충원 △토요택배 폐지를 주장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일부터 우편업에도 주 52시간 근무제(주당 40시간+연장노동 12시간)가 도입됐으나 이들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연 평균 2880시간, 하루 평균 11시간을 일한다. 주 6일 근무하면 노동시간 규정 위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 평균 1800시간 노동시간 단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 당 1000여 시간 일을 덜 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건 토요일 근무 축소와 인력 채용이다.
노조는 정규직 6500명이 추가 채용돼야 한다고 계산했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점 기준, 추가 채용된 정규직은 없다. 우정사업본부와 교섭권한을 가진 전국우정노동조합은 토요일 택배 물량을 도급업체에 넘긴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민간 택배사와 계약한 ‘위탁집배원’의 일이 늘어는 셈이다. 노조는 이를 “비정규직-정규직을 이간질하는 일감 몰아주기 분할 정책”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결의문에서 “우정본부 노동시간 단축은 인력증원없는 빈 껍데기다. 노동시간을 억지로 줄이기 위해 무료노동을 늘릴 것”이라며 “특정시간이 되면 우체국 불을 끄고 미처 배달하지못한 편지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넘길 것이고 유연근무·변형근로를 활용해 수치상으로만 노동시간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주 40시간 노동 △정규직 6500명 충원 △토요택배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집배노동자들은 밤 8시에 퇴근해도 6시에 퇴근했다고 기록하는 관행이 있다. 관리자의 강요나 오래 굳혀진 조직문화 영향이 크다. 집배노동자의 ‘무료노동’이다. 가령 창원 지역 우체국은 매달 1·4번째 주엔 오후 연장노동 수당 책정을 하지 않는다. 7년차 집배원 김종목씨는 “퇴근시간에도 편지, 택배가 남아있는데 집배원이 어떻게 바로 퇴근을 할 수 있겠느냐. 늘상 이렇게 공짜 노동을 했고 시간 내에 일을 마치려고 밥 시간 없이 빡빡하게 일하는 습관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4년 5개월 간 비정규직 집배원으로 일했다. 그는 “특별소통기간엔 2주일 내내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밤 10시에 퇴근했다. 죽기 살기로 일했다”며 “정직원이 돼도 일이 점점 늘어나 초코바로 점심을 때울 때가 많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니 장염으로 응급실에 가는 날이 많아졌다. 난생 처음 난 코피가 쏟아져 멈추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주 40시간 노동 △정규직 6500명 충원 △토요택배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토요일 근무 폐지가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효 정책국장은 “이미 우체국은 1년 2개월 간 토요일 택배 배달 근무를 폐지했던 적이 있다. 3년 전 부활시켰다”며 “물류노동자 전체의 요구로서 주장하는 측면도 있다.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시행하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노조는 “강제 유연근무로 노동시간을 억지로 줄여놓고 개선됐다고 떠들어댈 본부의 기만적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 죽음의 직장이 아닌 생동의 직장, 출근하고 싶은 직장,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우정사업본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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