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창원우체국 집배원, 과로·사고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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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8-10-12 16:59 조회3,67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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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토월성원아파트에서 남용진 집배원이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경남일보
[동행취재] 창원우체국 집배원, 과로·사고로 괴롭다
매일 1500~2000통 배달, 초과근무 다반사
계단 수십개 오르내리며 우편물 처리
기사입력 : 2018-10-10 22:00:00
“따라오실 수 있으려나… 힘들 텐데….”
10일 오전 10시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토월성원아파트에서 만난 창원우체국 소속 남용진(44) 집배원은 걱정 섞인 눈빛으로 동행을 위해 찾은 기자를 쳐다봤다. 경력 17년차인 그는 이 아파트단지를 포함해 인근 상가 등 4000가구 이상을 맡고 있다. 매일 아침 7시께 출근해 우편물을 분류하고, 이를 빨간색 박스가 딸린 이륜차에 실어 배달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7시. 그러나 이 시각을 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25층→20층→18층→16층→13층→10층→7층→6층→4층→2층→1층 순으로 계단을 이용해 집집마다 돌며 등기우편물 수십개를 처리하기를 30분째. 섭씨 18도의 선선한 날씨였지만 손놀림과 발걸음이 빠른 집배원을 쫓아다니느라 등에서는 그야말로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그는 이렇게 매일 적게는 1500통, 많게는 2000통의 우편물을 처리한다. 수취인이 집에 없을 경우 재방문을 알리는 ‘우편물 도착안내서’를 문에 붙여놓는다. 내일 또다시 찾아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이자, 처리물량이 늘어나 더 바쁘게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수취인으로부터 ‘개가 짖는데 왜 노크를 하느냐’, ‘그냥 두고 가라’와 같은 짜증 섞인 말도 들었다. 같은 방법으로 6개동을 차례대로 돌자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은 좀 천천히 우편물을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낮 12시. 기자가 건넨 비타민 음료수를 마실 새도, 점심 식사를 할 틈도 없이 다음 배달지인 인근 상가를 향해 이륜차를 몰고 갔다. 그는 “자칫 시간을 지체하다간 오후에 해야 할 분류작업이 늦어져 퇴근시간도 걷잡을 수 없이 늦어진다”며 “나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집배원들이 인정받고 있는 초과근무 시간보다 실제 초과근무 시간이 훨씬 더 많지만 수당은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이렇게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달 21~28일 집배원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68.8%는 연장근무 또는 휴일 근무를 하는 주된 이유로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는 46.5%가 인력충원을 들었으며, 초과근무 명령시간이 실제 업무시간을 제대로 반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88.4%로 나타났다. 또 시간 외 수당을 정확히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76.8%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설문에선 응답자의 52%가 지난 1년간 몸이 아파도 출근해 일한 날이 6일 이상 된다고 답했다. 병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동료에게 피해를 줄까 봐’(59.6%), ‘대체인력 부족’(37.4%) 등을 꼽았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2년간 초과근무수당 소급지급 상세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4만3000여 시간의 임금이 미지급됐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2억6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최근 6·13 지방선거 공보물 배달,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 토요택배 등으로 인해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집배원별 초과근무시간을 임의로 하향조정하고, 초과근무 1시간이 자동 공제되도록 복무 형태를 변칙적으로 지정 운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로와 임금체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탓에 지난 8월 거창우체국 집배원이 업무 중 교통사고로 숨진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전국에서 16명의 집배원이 근무 중 교통사고나 뇌출혈,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지만 그중 4명만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김 의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8월 노사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꾸려 실태조사에 들어갔지만, 정책 권고(안)만 마련됐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도영진 기자
경남일보
[동행취재] 창원우체국 집배원, 과로·사고로 괴롭다
매일 1500~2000통 배달, 초과근무 다반사
계단 수십개 오르내리며 우편물 처리
기사입력 : 2018-10-10 22:00:00
“따라오실 수 있으려나… 힘들 텐데….”
10일 오전 10시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토월성원아파트에서 만난 창원우체국 소속 남용진(44) 집배원은 걱정 섞인 눈빛으로 동행을 위해 찾은 기자를 쳐다봤다. 경력 17년차인 그는 이 아파트단지를 포함해 인근 상가 등 4000가구 이상을 맡고 있다. 매일 아침 7시께 출근해 우편물을 분류하고, 이를 빨간색 박스가 딸린 이륜차에 실어 배달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7시. 그러나 이 시각을 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25층→20층→18층→16층→13층→10층→7층→6층→4층→2층→1층 순으로 계단을 이용해 집집마다 돌며 등기우편물 수십개를 처리하기를 30분째. 섭씨 18도의 선선한 날씨였지만 손놀림과 발걸음이 빠른 집배원을 쫓아다니느라 등에서는 그야말로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그는 이렇게 매일 적게는 1500통, 많게는 2000통의 우편물을 처리한다. 수취인이 집에 없을 경우 재방문을 알리는 ‘우편물 도착안내서’를 문에 붙여놓는다. 내일 또다시 찾아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이자, 처리물량이 늘어나 더 바쁘게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수취인으로부터 ‘개가 짖는데 왜 노크를 하느냐’, ‘그냥 두고 가라’와 같은 짜증 섞인 말도 들었다. 같은 방법으로 6개동을 차례대로 돌자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은 좀 천천히 우편물을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낮 12시. 기자가 건넨 비타민 음료수를 마실 새도, 점심 식사를 할 틈도 없이 다음 배달지인 인근 상가를 향해 이륜차를 몰고 갔다. 그는 “자칫 시간을 지체하다간 오후에 해야 할 분류작업이 늦어져 퇴근시간도 걷잡을 수 없이 늦어진다”며 “나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집배원들이 인정받고 있는 초과근무 시간보다 실제 초과근무 시간이 훨씬 더 많지만 수당은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이렇게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달 21~28일 집배원 5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68.8%는 연장근무 또는 휴일 근무를 하는 주된 이유로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는 46.5%가 인력충원을 들었으며, 초과근무 명령시간이 실제 업무시간을 제대로 반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88.4%로 나타났다. 또 시간 외 수당을 정확히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76.8%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설문에선 응답자의 52%가 지난 1년간 몸이 아파도 출근해 일한 날이 6일 이상 된다고 답했다. 병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동료에게 피해를 줄까 봐’(59.6%), ‘대체인력 부족’(37.4%) 등을 꼽았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2년간 초과근무수당 소급지급 상세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14만3000여 시간의 임금이 미지급됐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2억6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최근 6·13 지방선거 공보물 배달,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 토요택배 등으로 인해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집배원별 초과근무시간을 임의로 하향조정하고, 초과근무 1시간이 자동 공제되도록 복무 형태를 변칙적으로 지정 운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로와 임금체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탓에 지난 8월 거창우체국 집배원이 업무 중 교통사고로 숨진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전국에서 16명의 집배원이 근무 중 교통사고나 뇌출혈,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지만 그중 4명만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김 의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8월 노사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꾸려 실태조사에 들어갔지만, 정책 권고(안)만 마련됐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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