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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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8-11-07 15:42 조회4,82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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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배 노동자의 장시간 중노동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중요한 문제다 ⓒ 전국집배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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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②] 우편업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kilsh)
등록 2018.11.07 09:58수정 2018.11.07 10:13
인기기사 더보기 집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알려지면서 집배 노동자들과 여러 시민사회의 요구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만들어졌다. 10월 22일, 이들은 1년여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10년간 166명의 집배 노동자가 교통사고, 심혈관계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사고에 의한 부상 등의 위험이 크다고 보고했다.
신체 부하를 고려해 계산한 노동강도에 대한 평가에서는 하루 최대 노동시간보다 약 1.6~2.0배 더 많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 노동자들의 1년 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 20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 1763시간보다 982시간 더 일한다. 우체국(총괄국) 단위로 볼 때 연간 노동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곳은 13곳(1388명)으로, 총 집배원(우정‧별정직, 상시계약 등 총 1만 6484명)의 8.4%이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인력충원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하고, 집배 노동자들의 건강을 다루는 우정본부 내 안전보건관리 전담 기구 도입을 제안하였다. 중노동의 상징이 되어버린 집배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어떤 변화를 경험했을까? 적어도 52시간 상한제가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제조업 현장에 이어 이번에는 집배 노동자들의 현장 이야기를 다룬다. (관련 기사 : 주52시간이 노동시간 단축? 사라진 12시간을 찾아서)
10월 24일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이하 집배노조) 위원장과 허소연 교육선전국장, 김도연 사무국장 그리고 6명의 조합원과 함께 주 52시간 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집배 현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력 충원 없는 주 52시간 맞추기 행태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인력 증원 없는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이 현장의 왜곡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올해 7월부터 시행되었다. 그 이후 집배 노동자들의 무료노동이 증가하고,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는 인력충원 없이 주 52시간제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줄여서 배달하거나, 이전보다 속도를 높여서 오토바이 운전을 해야 한다. 사고 위험도 커진다. 제때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국민들도 불편해진다. 공공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은 우편 서비스를 제때 제공해야 함에도 집배 노동자들을 강제퇴근 시키거나 퇴근 후에 기록에 남지 않는 무료노동을 시키고 있다."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그 전에 하던 일을 더 짧은 시간에 하려다 보니 시간당 노동의 강도가 증가했다. 이미 노사합의로 보장된 1시간이 아니라 평균 30분 미만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집배 노동자들은 그 시간을 더 줄이거나 아예 점심을 먹지 않고 일을 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원은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지켜야 하는 상시 계약직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 신분의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더 늘어나기도 한다.
"일은 똑같이 주어지는데 시간만 맞추라고 한다. 많게는 한 달에 100시간 외 수당을 받아보기도 했다. 거의 매주 60시간 정도의 노동을 했다. 나는 상시 계약직인데, 주 52시간을 맞추라는 압력이 강하다. 선배들이 내가 했던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만 넘어가면 물류 실장이 와서 '시간 넘으니 가라'고 한다. 내 물량 못 채우고 가면 결국 내일 와서 내가 해야 하거나, 선배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된다. 그래서 가능한 일을 최대한 빨리하려고 한다.
업무를 빨리해야 해서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도 전화를 받아도 길어지는 게 싫어서 대충 대답하게 된다. 그래서 민원도 들어온다. 배달도 빨리해야 하니깐 벨을 누르고 안내문을 미리 쓰고 있다. 그렇게 안 하면 절대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항의 연락을 받기도 한다. 주 52시간 시행되면서 우체국에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줄어든 만큼 체력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똑같다.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흰머리가 날 것 같다.
과장이 바뀐 지 얼마 안 돼서 상견례 같은 거를 진행했는데, 주 62시간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주 52시간으로 맞추라고 했다.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무조건 시간을 맞추라고 하는 것이다. 방법은 뻔하다. 점심시간 1시간은 무급이다. 안내 멘트로 점심시간이라고 뜨는데, 실제론 일한다."
수치로만 주 52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미리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하라고 하고, 일하다가 늘어나는 시간 외 근무에 대해서는 허락하지 않는 방식이다. 미리 노동시간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일해도 시간 외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게 한다. 일을 더 하고도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기록되는 이런 무료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소포위탁을 늘려 업무량 줄이기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충원이 불가피 하자 택배 물량만을 담당하는 소포위탁 배달원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우정직 집배원과 상시계약 집배원은 우편물과 소포(택배) 업무를 같이 하고, 소포위탁 배달원은 택배 업무만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1만8000여 명의 집배원 중, 소포위탁 배달원의 수는 2000여 명이다. 이 인원을 3000여 명으로 늘려 우정직 집배원들의 노동시간과 업무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토요일 택배 업무를 소포위탁 배달원들에게 전담하게 할 예정이다. 인력 충원을 통해 집배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단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포위탁 배달원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공무원보다 더 요원한 상황이다. 당장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시간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는 데 우정사업본부와 일부 노동자들은 위탁 방식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집배 노동을 둘러싼 프레임
집배 노동자들의 힘든 노동 실태는 최근 몇 년간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알려졌다. 여러 연구자의 연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알리는 데 이바지했다.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면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과 우정사업본부, 노동조합,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추진단이 만들어졌고, 인력 충원을 비롯한 여러 개선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공무원 신분인 집배 노동자들의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부담과 이메일 사용 등으로 우편 물량이 줄어드는 지금 인력 증원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편 서비스가 공공서비스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공 서비스의 성격에 맞는 신분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우편 물량의 감소는 일반 우편 물량의 감소만을 계산한 것이다. 오히려 배달의 어려움이 큰 등기 서비스, 소포 업무 등의 양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전체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배달 서비스의 어려움이 큰 물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줄이는 것을 인력 충원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등기제도와 같이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제도와 효과적인 물류체계 개선 등을 통해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배달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당장 시스템 개선을 통해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가져오기는 힘들다.
주 40시간이라는 표준 노동시간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 52시간 상한제를 맞추기 위해서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조합과 전문가들의 수세적이며 위축된 주장이 현실에서는 왜 이렇게 어렵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평일 근무 안착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해
일반 우편물은 토요일에 배달하지 않는다. 토요일에는 주로 택배 물량을 배달한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 편의는 물론 민간 기업과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토요 택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우정본부는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기관이지만, 예산과 집행을 독립재정으로 운영하다 보니 우편 사업뿐 아니라 예금과 보험 등의 금융사업도 같이 수행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 국민 세금을 일반회계가 아닌 독립재정으로 운영하다 보니 업무 효율, 이익 창출 등의 압박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 논리의 압박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를 불러왔고, 토요 택배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로 자리 잡았다.
토요 택배와 같은 편한 서비스를 국민이 계속 받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우리 사회가 불편한 노동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불편한 노동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불편함을 조금씩 나눠 갖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시스템 개선, 인력 충원 통한 노동시간 줄여야
현재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구성된 기획추진단은 "당장 주 52시간 상한제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2000여 명의 증원이 필요하다"라고 발표했다.
2018 년에만 24명의 집배 노동자가 교통사고, 과로사 등으로 사망하였다. 빠른 시기 내에 인력을 충원하여 집배 노동자들의 중노동을 줄이고, 더 이상 과로로 목숨을 잃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 기획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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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②] 우편업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kilsh)
등록 2018.11.07 09:58수정 2018.11.07 10:13
인기기사 더보기 집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알려지면서 집배 노동자들과 여러 시민사회의 요구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만들어졌다. 10월 22일, 이들은 1년여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10년간 166명의 집배 노동자가 교통사고, 심혈관계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사고에 의한 부상 등의 위험이 크다고 보고했다.
신체 부하를 고려해 계산한 노동강도에 대한 평가에서는 하루 최대 노동시간보다 약 1.6~2.0배 더 많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 노동자들의 1년 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이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 20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 1763시간보다 982시간 더 일한다. 우체국(총괄국) 단위로 볼 때 연간 노동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곳은 13곳(1388명)으로, 총 집배원(우정‧별정직, 상시계약 등 총 1만 6484명)의 8.4%이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인력충원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하고, 집배 노동자들의 건강을 다루는 우정본부 내 안전보건관리 전담 기구 도입을 제안하였다. 중노동의 상징이 되어버린 집배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어떤 변화를 경험했을까? 적어도 52시간 상한제가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제조업 현장에 이어 이번에는 집배 노동자들의 현장 이야기를 다룬다. (관련 기사 : 주52시간이 노동시간 단축? 사라진 12시간을 찾아서)
10월 24일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이하 집배노조) 위원장과 허소연 교육선전국장, 김도연 사무국장 그리고 6명의 조합원과 함께 주 52시간 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집배 현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력 충원 없는 주 52시간 맞추기 행태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인력 증원 없는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이 현장의 왜곡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올해 7월부터 시행되었다. 그 이후 집배 노동자들의 무료노동이 증가하고,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는 인력충원 없이 주 52시간제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줄여서 배달하거나, 이전보다 속도를 높여서 오토바이 운전을 해야 한다. 사고 위험도 커진다. 제때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국민들도 불편해진다. 공공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은 우편 서비스를 제때 제공해야 함에도 집배 노동자들을 강제퇴근 시키거나 퇴근 후에 기록에 남지 않는 무료노동을 시키고 있다."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그 전에 하던 일을 더 짧은 시간에 하려다 보니 시간당 노동의 강도가 증가했다. 이미 노사합의로 보장된 1시간이 아니라 평균 30분 미만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집배 노동자들은 그 시간을 더 줄이거나 아예 점심을 먹지 않고 일을 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원은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지켜야 하는 상시 계약직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 신분의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더 늘어나기도 한다.
"일은 똑같이 주어지는데 시간만 맞추라고 한다. 많게는 한 달에 100시간 외 수당을 받아보기도 했다. 거의 매주 60시간 정도의 노동을 했다. 나는 상시 계약직인데, 주 52시간을 맞추라는 압력이 강하다. 선배들이 내가 했던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시간이 조금만 넘어가면 물류 실장이 와서 '시간 넘으니 가라'고 한다. 내 물량 못 채우고 가면 결국 내일 와서 내가 해야 하거나, 선배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된다. 그래서 가능한 일을 최대한 빨리하려고 한다.
업무를 빨리해야 해서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도 전화를 받아도 길어지는 게 싫어서 대충 대답하게 된다. 그래서 민원도 들어온다. 배달도 빨리해야 하니깐 벨을 누르고 안내문을 미리 쓰고 있다. 그렇게 안 하면 절대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항의 연락을 받기도 한다. 주 52시간 시행되면서 우체국에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줄어든 만큼 체력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똑같다.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흰머리가 날 것 같다.
과장이 바뀐 지 얼마 안 돼서 상견례 같은 거를 진행했는데, 주 62시간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주 52시간으로 맞추라고 했다.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무조건 시간을 맞추라고 하는 것이다. 방법은 뻔하다. 점심시간 1시간은 무급이다. 안내 멘트로 점심시간이라고 뜨는데, 실제론 일한다."
수치로만 주 52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미리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하라고 하고, 일하다가 늘어나는 시간 외 근무에 대해서는 허락하지 않는 방식이다. 미리 노동시간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일해도 시간 외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게 한다. 일을 더 하고도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기록되는 이런 무료 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소포위탁을 늘려 업무량 줄이기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충원이 불가피 하자 택배 물량만을 담당하는 소포위탁 배달원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우정직 집배원과 상시계약 집배원은 우편물과 소포(택배) 업무를 같이 하고, 소포위탁 배달원은 택배 업무만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1만8000여 명의 집배원 중, 소포위탁 배달원의 수는 2000여 명이다. 이 인원을 3000여 명으로 늘려 우정직 집배원들의 노동시간과 업무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토요일 택배 업무를 소포위탁 배달원들에게 전담하게 할 예정이다. 인력 충원을 통해 집배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단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포위탁 배달원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공무원보다 더 요원한 상황이다. 당장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시간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는 데 우정사업본부와 일부 노동자들은 위탁 방식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집배 노동을 둘러싼 프레임
집배 노동자들의 힘든 노동 실태는 최근 몇 년간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알려졌다. 여러 연구자의 연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알리는 데 이바지했다.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면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과 우정사업본부, 노동조합,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추진단이 만들어졌고, 인력 충원을 비롯한 여러 개선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공무원 신분인 집배 노동자들의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부담과 이메일 사용 등으로 우편 물량이 줄어드는 지금 인력 증원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편 서비스가 공공서비스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공 서비스의 성격에 맞는 신분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우편 물량의 감소는 일반 우편 물량의 감소만을 계산한 것이다. 오히려 배달의 어려움이 큰 등기 서비스, 소포 업무 등의 양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전체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배달 서비스의 어려움이 큰 물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강도를 줄이는 것을 인력 충원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등기제도와 같이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제도와 효과적인 물류체계 개선 등을 통해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배달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당장 시스템 개선을 통해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가져오기는 힘들다.
주 40시간이라는 표준 노동시간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 52시간 상한제를 맞추기 위해서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조합과 전문가들의 수세적이며 위축된 주장이 현실에서는 왜 이렇게 어렵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평일 근무 안착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해
일반 우편물은 토요일에 배달하지 않는다. 토요일에는 주로 택배 물량을 배달한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 편의는 물론 민간 기업과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토요 택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우정본부는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기관이지만, 예산과 집행을 독립재정으로 운영하다 보니 우편 사업뿐 아니라 예금과 보험 등의 금융사업도 같이 수행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 국민 세금을 일반회계가 아닌 독립재정으로 운영하다 보니 업무 효율, 이익 창출 등의 압박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 논리의 압박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를 불러왔고, 토요 택배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로 자리 잡았다.
토요 택배와 같은 편한 서비스를 국민이 계속 받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우리 사회가 불편한 노동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불편한 노동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불편함을 조금씩 나눠 갖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시스템 개선, 인력 충원 통한 노동시간 줄여야
현재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구성된 기획추진단은 "당장 주 52시간 상한제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2000여 명의 증원이 필요하다"라고 발표했다.
2018 년에만 24명의 집배 노동자가 교통사고, 과로사 등으로 사망하였다. 빠른 시기 내에 인력을 충원하여 집배 노동자들의 중노동을 줄이고, 더 이상 과로로 목숨을 잃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 기획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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