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30시간 운전', '20분 배달제'.. 죽어가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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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08-19 17:31 조회3,7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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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 운전', '20분 배달제'.. 죽어가는 노동자들
손진우 입력 2017.08.17. 10:54 댓글 169개
계속되는 노동자 살해, 과연 진상 고객만 문제인가? (2)
[오마이뉴스 글:손진우, 편집:홍현진]
지난 7월 6일 '오늘은 일을 못 나가겠다'고 연가를 낸 21년 차 집배원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인 안양우체국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분신으로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세상에 알린 그는, 이틀 뒤 생을 달리했다.
이로써 벌써 올 한해 목숨을 잃은 집배원은 12명(사망원인은 5명은 자살, 5명은 심근경색, 뇌출혈과 같은 과로사, 2명은 교통사고였다), 이 가운데 자살한 집배원의 숫자는 5명이다.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열악한 노동 현실은 배달·운수노동자에게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장시간·중노동 '과로'
▲ 집배원 과로사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집배원을 포함해 배달·운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장시간·중노동 '과로'의 심각성은 사회적으로 지속해서 문제제기 되어왔다.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진행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2013.12)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비수기 57.6시간, 폭주기 70.2시간, 특별기 85.9시간으로(비수기는 폭주기를 제외한 평상시, 폭주기는 매달 14~22일 즈음, 특별기는 구정, 추석, 선거기간 등을 의미한다) 매우 심각하다.
특히 고인이 근무했던 안양 지역은 최근 신도시개발 등으로 물량이 급증해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대표적인 곳이다. 그는 새벽 4시 반에 출근해 밤 10시 반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져 '하루 18시간'에 이르는 초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고 있었다.
운수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 운전자 김씨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사고 전날인 8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19시간 가까이 일했다. 일을 마친 후 자정을 넘겨 집에 도착하여 씻고 잠든 후 9일 오전 6시에 기상하여 출근해서 다시 운전대를 잡은 시간은 오전 7시15분경.
이틀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 근무형태에 따라 김씨는 결국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로 30시간 가까이 차량을 운전하다가 대형 사고를 낸 것 이다. 따라서 사고를 낸 운전자의 '졸음'을 일으킨 과로 상태로 운행에 내몰리는 구조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을 휴식하도록 보장하고, 운행 간격도 최소 8시간 이상 유지하도록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올해 3월 김씨의 동료노동자들이 관계 당국인 오산시청에 "전날 운행 후 다음 날 운행 때까지 8시간 휴식을 보장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으나, 근무에 반영되지 않았던 점이다. 당사자들의 절박한 호소는 무시됐고, 결국 대형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 고속도로안전청의 연구보고서는 1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로 운행하는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농도 0.05%의 음주 운전자와 상태가 비슷하고, 21시간째 깨어있는 상태의 운전자는 알코올농도 0.08%때(7/15일부터 강화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혈중 알코올농도 0.05%~0.1%는 벌금 150~300만원,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된다) 수준처럼 둔해진다고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운수노동자들인 택시노동자들도 월 20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택시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연구에 나선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운수노동자들이 도로 위를 장시간 중노동으로 인한 '피로', '졸음'을 견뎌내는 현실은 위험천만하다.
'더 빨리' 경쟁
과로만이 문제가 아니다. '배달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배달·운수노동자는 고객 만족을 위해 '더 빨리' 경쟁에서 '더 많이' 희생되고 있다.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신종 '배달 대행업체'의 등장은 속도경쟁을 한층 부추긴다.
지난 2011년, 등록금을 벌고자 피자 배달을 하던 19세 청년이 숨지면서, 이른바 '30분 배달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해당 업체의 30분 배달제 폐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6년 또 다른 패스트푸드점 배달원이 택시와 충돌해 목숨을 잃으면서 그가 10분 더 빨라진 '20분 배달'에 희생된 것이 확인됐다. 이들 중 다수가 스스로 콜을 받아 건당 수입을 챙기는 개인사업자인 '사장님'으로 분류되어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배달과 택배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사업주와의 분명한 종속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계약구조인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발탁당하며,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기본급조차 없는 임금형태로 인해 건당 수수료를 위해 목숨을 걸고 속도전에 뛰어든다.
근로기준법 59조 폐지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절박하다
집배원, 버스, 택시 등 배달·운수노동자의 과로를 눈감는 것은 근로기준법 59조에 포함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특례업종 나열은 무한대로 노동자의 몸을 혹사하는 주범이다.
또한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의 노동자 착취는 노동자성을 배제함으로써 사업주가 마땅히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모든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배달·운수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더는 부당한 노동의 대가여선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손진우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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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 운전', '20분 배달제'.. 죽어가는 노동자들
손진우 입력 2017.08.17. 10:54 댓글 169개
계속되는 노동자 살해, 과연 진상 고객만 문제인가? (2)
[오마이뉴스 글:손진우, 편집:홍현진]
지난 7월 6일 '오늘은 일을 못 나가겠다'고 연가를 낸 21년 차 집배원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인 안양우체국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분신으로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세상에 알린 그는, 이틀 뒤 생을 달리했다.
이로써 벌써 올 한해 목숨을 잃은 집배원은 12명(사망원인은 5명은 자살, 5명은 심근경색, 뇌출혈과 같은 과로사, 2명은 교통사고였다), 이 가운데 자살한 집배원의 숫자는 5명이다.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열악한 노동 현실은 배달·운수노동자에게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장시간·중노동 '과로'
▲ 집배원 과로사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집배원을 포함해 배달·운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장시간·중노동 '과로'의 심각성은 사회적으로 지속해서 문제제기 되어왔다.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진행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2013.12)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비수기 57.6시간, 폭주기 70.2시간, 특별기 85.9시간으로(비수기는 폭주기를 제외한 평상시, 폭주기는 매달 14~22일 즈음, 특별기는 구정, 추석, 선거기간 등을 의미한다) 매우 심각하다.
특히 고인이 근무했던 안양 지역은 최근 신도시개발 등으로 물량이 급증해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대표적인 곳이다. 그는 새벽 4시 반에 출근해 밤 10시 반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져 '하루 18시간'에 이르는 초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고 있었다.
운수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 운전자 김씨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사고 전날인 8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19시간 가까이 일했다. 일을 마친 후 자정을 넘겨 집에 도착하여 씻고 잠든 후 9일 오전 6시에 기상하여 출근해서 다시 운전대를 잡은 시간은 오전 7시15분경.
이틀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 근무형태에 따라 김씨는 결국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로 30시간 가까이 차량을 운전하다가 대형 사고를 낸 것 이다. 따라서 사고를 낸 운전자의 '졸음'을 일으킨 과로 상태로 운행에 내몰리는 구조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을 휴식하도록 보장하고, 운행 간격도 최소 8시간 이상 유지하도록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올해 3월 김씨의 동료노동자들이 관계 당국인 오산시청에 "전날 운행 후 다음 날 운행 때까지 8시간 휴식을 보장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으나, 근무에 반영되지 않았던 점이다. 당사자들의 절박한 호소는 무시됐고, 결국 대형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 고속도로안전청의 연구보고서는 1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로 운행하는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농도 0.05%의 음주 운전자와 상태가 비슷하고, 21시간째 깨어있는 상태의 운전자는 알코올농도 0.08%때(7/15일부터 강화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혈중 알코올농도 0.05%~0.1%는 벌금 150~300만원,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된다) 수준처럼 둔해진다고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운수노동자들인 택시노동자들도 월 20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택시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연구에 나선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운수노동자들이 도로 위를 장시간 중노동으로 인한 '피로', '졸음'을 견뎌내는 현실은 위험천만하다.
'더 빨리' 경쟁
과로만이 문제가 아니다. '배달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배달·운수노동자는 고객 만족을 위해 '더 빨리' 경쟁에서 '더 많이' 희생되고 있다.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신종 '배달 대행업체'의 등장은 속도경쟁을 한층 부추긴다.
지난 2011년, 등록금을 벌고자 피자 배달을 하던 19세 청년이 숨지면서, 이른바 '30분 배달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해당 업체의 30분 배달제 폐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6년 또 다른 패스트푸드점 배달원이 택시와 충돌해 목숨을 잃으면서 그가 10분 더 빨라진 '20분 배달'에 희생된 것이 확인됐다. 이들 중 다수가 스스로 콜을 받아 건당 수입을 챙기는 개인사업자인 '사장님'으로 분류되어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배달과 택배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사업주와의 분명한 종속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계약구조인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발탁당하며,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기본급조차 없는 임금형태로 인해 건당 수수료를 위해 목숨을 걸고 속도전에 뛰어든다.
근로기준법 59조 폐지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절박하다
집배원, 버스, 택시 등 배달·운수노동자의 과로를 눈감는 것은 근로기준법 59조에 포함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특례업종 나열은 무한대로 노동자의 몸을 혹사하는 주범이다.
또한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의 노동자 착취는 노동자성을 배제함으로써 사업주가 마땅히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모든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배달·운수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더는 부당한 노동의 대가여선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손진우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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