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정(情)을 나르는 전령사 집배원, 그들이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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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08-08 10:10 조회3,8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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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을 나르는 전령사 집배원, 그들이 쓰러진다
중앙일보 2017.08.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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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충남 아산 영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모(44)씨가 집에서 숨졌다. 동맥경화가 사인이었다. 동료들은 "과로가 사망원인"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사망 전날인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고 귀가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달 3일 그를 순직으로 처리했다.
무거운 짐 이고 지고, 배달하느라 하루 12시간 근무
하루 100km, 1000여 건 배달하면 지칠대로 지쳐
스트레스와 과로로 95%가 잠 자다 벌떡 일어나
분기에 한 번씩은 사고 당하지만 병가는 언감생심
국회, 집배원 근로시간 초과금지 대상 포함시켰지만
집배원은 공무원 신분이라 근로기준법 적용 안 돼
고용노동부도 기관처벌 어려워 권고만 할 뿐 난감
노조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하고, 인력 충원해야"
아산우체국 소속 곽모(47)씨도 6월 25일 집에서 잠을 자다 심근경색으로 이승을 등졌다. 대통령선거에 따른 우편물 특별소통 등으로 밤늦도록 업무에 매달렸다. 앞서 세상을 떠난 조씨의 빈자리를 채우려 영인우체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같은 달 8일에는 경기도 가평우체국에 근무하던 용모(57)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뇌출혈이었다. 이날 새벽 출근해 잠시 쉬다 숨을 거뒀다. 전날 그는 빗속을 뚫고 택배를 날랐다.
지난달 4일 경북 청송 현동우체국의 배모(34)씨는 길에서 꽃다운 인생을 마감했다.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채우고 배달에 나선 길이었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렇듯 우편배달을 미룰 수 없었다. 세살배기 아들을 두고 그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2015년 1월 2일 새 해를 맞아 광화문우체국 집배원들이 서울 광화문우체국 발착장에서 '희망출발 집배원 발대식 및 거리 퍼레이드' 가졌다.
지난 2015년 1월 2일 새 해를 맞아 광화문우체국 집배원들이 서울 광화문우체국 발착장에서 '희망출발 집배원 발대식 및 거리 퍼레이드' 가졌다.
올들어 집배원 9명이 세상을 떠났다. 위탁택배원이나 계리원을 포함하면 12명이다. 이쯤 되면 죽음의 직업이다. 어쩌다 사랑과 기쁨, 희망의 전령사이자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같은 집배원이 이 지경에 내몰렸을까. 뭇 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이들. 정작 본인들은 짐 속에 파묻혀 과로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2017년)
집배원의 하루는 오전 5~7시에 시작된다. 출근해 우편물 내리고, 분류, 배달까지 마치면 오후 3시에서 5시. 한 시간으로 정해진 식사시간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30분 안에 후딱 식사를 해치우고 또 거리로 나선다.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와서도 이들은 다음날 돌릴 우편물을 또 분류한다. 그제야 퇴근하는데, 그게 오후 6시에서 9시30분이다. 그나마 이 정도면 규칙적이라고 한다. 선거철이나 명절 때면 그야말로 전투다. 휴일도 따로 없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이들의 하루평균 이동거리는 광역시가 40㎞정도다. 신도시는 60㎞, 농어촌은 100㎞ 이상이다. 하루에 1000건 넘게 배달한다. 숨진 곽씨의 하루평균 배달물량은 1291건에 달했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이러니 근로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집배원의 하루평균 근로시간은 10.9시간에 달한다. 10명 중 4명은 하루 12~14시간, 월평균 22일 일한다. 주5일 근무는 이들에겐 딴세상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휴가를 마음놓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연차휴가를 사용한 날은 평균 3.4일에 불과했다. '동료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업무량이 많아서' 휴가조차 못 간다는 게 집배원들의 이야기다(한국노동연구원 설문).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얼마나 피곤하면 매주 업무스트레스로 잠을 자다 깬 경험을 겪은 사람이 94.8%에 달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질병을 달고 산다. 둘 중 한 명은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대세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았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일하다 사고로 다치는 경우도 많다. 분기별로 한 번씩은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연평균 4.4회). 근골격계 질환이나 베이는 사고 등이다.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병가를 쓰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었다. 하나같이 "내가 쉬면 다른 사람이 내 일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결국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올들어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아산우체국 등 4개소를 실태조사한 결과 월평균 57시간이나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이 포함된 지난해 9월엔 평균 84.6시간을 초과근무했다. 대전고용청은 ^장시간 근로 개선 대책 ^근골격계 부상 경감 방안 ^연차휴가 소진방안 마련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집배원의 신분이 공무원이어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다. 따라서 해당기관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52시간) 적용 특례 업종에서 집배원을 제외키로 최근 합의했지만 실효성은 없다. 집배원의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집배원의 복무규정만 따로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전국우정노동조합 김명환 위원장은 "무엇보다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과 고용노동부, 우정 노사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노조가 산출한 충원 필요인력은 3760명이다. 이 정도는 돼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처 증가 등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며칠 전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며 "집배원 등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중앙일보 2017.08.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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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충남 아산 영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모(44)씨가 집에서 숨졌다. 동맥경화가 사인이었다. 동료들은 "과로가 사망원인"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사망 전날인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고 귀가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달 3일 그를 순직으로 처리했다.
무거운 짐 이고 지고, 배달하느라 하루 12시간 근무
하루 100km, 1000여 건 배달하면 지칠대로 지쳐
스트레스와 과로로 95%가 잠 자다 벌떡 일어나
분기에 한 번씩은 사고 당하지만 병가는 언감생심
국회, 집배원 근로시간 초과금지 대상 포함시켰지만
집배원은 공무원 신분이라 근로기준법 적용 안 돼
고용노동부도 기관처벌 어려워 권고만 할 뿐 난감
노조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하고, 인력 충원해야"
아산우체국 소속 곽모(47)씨도 6월 25일 집에서 잠을 자다 심근경색으로 이승을 등졌다. 대통령선거에 따른 우편물 특별소통 등으로 밤늦도록 업무에 매달렸다. 앞서 세상을 떠난 조씨의 빈자리를 채우려 영인우체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같은 달 8일에는 경기도 가평우체국에 근무하던 용모(57)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뇌출혈이었다. 이날 새벽 출근해 잠시 쉬다 숨을 거뒀다. 전날 그는 빗속을 뚫고 택배를 날랐다.
지난달 4일 경북 청송 현동우체국의 배모(34)씨는 길에서 꽃다운 인생을 마감했다. 오토바이에 우편물을 가득채우고 배달에 나선 길이었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렇듯 우편배달을 미룰 수 없었다. 세살배기 아들을 두고 그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2015년 1월 2일 새 해를 맞아 광화문우체국 집배원들이 서울 광화문우체국 발착장에서 '희망출발 집배원 발대식 및 거리 퍼레이드' 가졌다.
지난 2015년 1월 2일 새 해를 맞아 광화문우체국 집배원들이 서울 광화문우체국 발착장에서 '희망출발 집배원 발대식 및 거리 퍼레이드' 가졌다.
올들어 집배원 9명이 세상을 떠났다. 위탁택배원이나 계리원을 포함하면 12명이다. 이쯤 되면 죽음의 직업이다. 어쩌다 사랑과 기쁨, 희망의 전령사이자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같은 집배원이 이 지경에 내몰렸을까. 뭇 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이들. 정작 본인들은 짐 속에 파묻혀 과로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2017년)
집배원의 하루는 오전 5~7시에 시작된다. 출근해 우편물 내리고, 분류, 배달까지 마치면 오후 3시에서 5시. 한 시간으로 정해진 식사시간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30분 안에 후딱 식사를 해치우고 또 거리로 나선다.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와서도 이들은 다음날 돌릴 우편물을 또 분류한다. 그제야 퇴근하는데, 그게 오후 6시에서 9시30분이다. 그나마 이 정도면 규칙적이라고 한다. 선거철이나 명절 때면 그야말로 전투다. 휴일도 따로 없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이들의 하루평균 이동거리는 광역시가 40㎞정도다. 신도시는 60㎞, 농어촌은 100㎞ 이상이다. 하루에 1000건 넘게 배달한다. 숨진 곽씨의 하루평균 배달물량은 1291건에 달했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이러니 근로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집배원의 하루평균 근로시간은 10.9시간에 달한다. 10명 중 4명은 하루 12~14시간, 월평균 22일 일한다. 주5일 근무는 이들에겐 딴세상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휴가를 마음놓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연차휴가를 사용한 날은 평균 3.4일에 불과했다. '동료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업무량이 많아서' 휴가조차 못 간다는 게 집배원들의 이야기다(한국노동연구원 설문).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얼마나 피곤하면 매주 업무스트레스로 잠을 자다 깬 경험을 겪은 사람이 94.8%에 달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질병을 달고 산다. 둘 중 한 명은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대세증후군 등의 진단을 받았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일하다 사고로 다치는 경우도 많다. 분기별로 한 번씩은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연평균 4.4회). 근골격계 질환이나 베이는 사고 등이다.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병가를 쓰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었다. 하나같이 "내가 쉬면 다른 사람이 내 일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결국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올들어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아산우체국 등 4개소를 실태조사한 결과 월평균 57시간이나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이 포함된 지난해 9월엔 평균 84.6시간을 초과근무했다. 대전고용청은 ^장시간 근로 개선 대책 ^근골격계 부상 경감 방안 ^연차휴가 소진방안 마련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집배원의 신분이 공무원이어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다. 따라서 해당기관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52시간) 적용 특례 업종에서 집배원을 제외키로 최근 합의했지만 실효성은 없다. 집배원의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집배원의 복무규정만 따로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전국우정노동조합 김명환 위원장은 "무엇보다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과 고용노동부, 우정 노사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노조가 산출한 충원 필요인력은 3760명이다. 이 정도는 돼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배달처 증가 등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며칠 전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며 "집배원 등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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