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찔끔 충원으로는 집배원 사망 사고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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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06-21 18:56 조회3,1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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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의 ‘집배원 근로시간 단축 대책’ 비판
찔끔 충원으로는 집배원 사망 사고 막지 못한다
신정환 213호 | 2017-06-21
우체국은 인력 부족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 때문에 죽음의 현장으로 불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매우 안타깝게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뇌출혈‧심근경색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돌연사 때문에 사망한 집배원이 10명, 우편물 배달중 교통사고로 죽은 집배원은 3명,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이 4명이다.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지난 4월 27일 진행한 ‘최악의 살인 기업’ 선정식에서 우정사업본부장 김기덕이 특별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노동자들을 극단적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아 과로사 등이 연이어 발생”한 책임을 물어서였다.
2016년 집배노조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연 평균 2천8백88시간을 일한다. OECD 소속 국가들 중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우리 나라 노동자 평균 시간보다 6백 시간 이상 많다. 1년에 무려 약 78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6월 18일 ‘전국우정노동자 결의대회’ ⓒ조승진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효율화’가 집배원들을 이처럼 장시간 노동으로 몰아 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수년간 우편사업의 적자 증대를 이유로 인력 감축, 구조조정, 외주 증가, 비정규직 확대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집배 노동자 압도 다수가 반대했음에도, 2015년 9월에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조(한국노총 소속 다수 노조) 집행부가 야합해 1년 2개월 만에 토요근무를 부활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이은 집배원 사망사고 문제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이 6월 12일 국회 추경 연설에서 집배원 과로사를 언급하며 집배원 1백 명 증원 계획을 내놓았고, 6월 19일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근로시간 단축 대책’(이하 대책)을 발표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높이고 정부의 대책 발표를 이끌어 낸 데에는, 소수노조라는 어려운 조건과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쟁을 펼쳐 온 집배노조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최악의 살인 기업’ 특별상
그런데 문재인의 1백 명 증원 계획이나 뒤이어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대책은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초 증원된 1백60명 외에 문재인이 얘기한 추경사업이 반영되면 1백 명을 추가로 증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집배노조가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추산한 인력 4천5백 명의 6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은 “현재 부족한 인력이 4천5백 명 정도인데, 고작 1백 명 증원은 하나 마나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인력 충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집배 인력 산출 근거로 삼는 ‘집배부하량 산출 시스템’이 순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집배원의 “배달물량, 이동거리 등 집배업무 단위요소(총 1백90개)를 업무별 표준시간으로 각각 계산한 후 합산하여 1인당 부하량을 산출”하는 것인데, ‘업무 별 표준시간’이 실제 집배원들의 현실 상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편지 1통은 2.1초, 등기 1통은 28초, 택배 1통은 30.7초다.
심지어 우정사업본부는 이러한 집배부하량시스템에 의거하여 인력이 남는 관서도 있다며, “[이런] 관서의 경우 퇴직자 발생시 인력충원을 중단하고, 정원을 회수하여 부족관서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현장의 업무 현실을 전혀 모르고 책상에 앉아 계산만 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집배부하량 제도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
또 우정사업본부는 부족 인력 산출을 위해 계산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대폭 축소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 기준으로 집배원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이 2천5백31시간(주 48.7시간)이라며 근로기준법(주 52시간)보다 적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집배노조 조사보다 무려 연간 357 시간이나 적다. 집배노조가 발표한 자료는, 전국 9개 지방청 소속 2014년 1월~2016년 4월까지 월별 <초과근무세부내역> 5천53건을 분석한 것이다.
집배원들이 과로사로 죽어 나가는데도,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들의 현실을 아무 문제 없는 것인 양 말하는 것을 보면, 우정사업본부 관료들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집배원 근로시간 단축 대책’에는 노동자들이 치를 떠는 토요 근무 폐지도 포함돼 있지 않다. 노동자들이 이번 대책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우정사업본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인 상시 집배원을 늘려 현재 2천5백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공무원) 집배원에 비해 급여와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그래서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 환경 때문에 비정규직 집배원들의 이직률은 상승했고, 이는 남은 집배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는 비정규직 대책은 아예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려면, 지금 당장 비정규직 집배원 전원을 정규직(공무원)화해 안정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부자와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대안을 회피하며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지난 6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추경도 청년실업난을 극복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지난 6월 18일 공공운수노조로 조직된 우체국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집회를 열고 우정사업본부와 정부에게 대폭의 인력 충원을 요구한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와 같은 노동자들의 행동을 계속 확대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찔끔 충원으로는 집배원 사망 사고 막지 못한다
신정환 213호 | 2017-06-21
우체국은 인력 부족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 때문에 죽음의 현장으로 불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매우 안타깝게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뇌출혈‧심근경색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돌연사 때문에 사망한 집배원이 10명, 우편물 배달중 교통사고로 죽은 집배원은 3명,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이 4명이다.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지난 4월 27일 진행한 ‘최악의 살인 기업’ 선정식에서 우정사업본부장 김기덕이 특별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노동자들을 극단적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아 과로사 등이 연이어 발생”한 책임을 물어서였다.
2016년 집배노조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연 평균 2천8백88시간을 일한다. OECD 소속 국가들 중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우리 나라 노동자 평균 시간보다 6백 시간 이상 많다. 1년에 무려 약 78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6월 18일 ‘전국우정노동자 결의대회’ ⓒ조승진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효율화’가 집배원들을 이처럼 장시간 노동으로 몰아 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수년간 우편사업의 적자 증대를 이유로 인력 감축, 구조조정, 외주 증가, 비정규직 확대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집배 노동자 압도 다수가 반대했음에도, 2015년 9월에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조(한국노총 소속 다수 노조) 집행부가 야합해 1년 2개월 만에 토요근무를 부활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이은 집배원 사망사고 문제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이 6월 12일 국회 추경 연설에서 집배원 과로사를 언급하며 집배원 1백 명 증원 계획을 내놓았고, 6월 19일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근로시간 단축 대책’(이하 대책)을 발표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높이고 정부의 대책 발표를 이끌어 낸 데에는, 소수노조라는 어려운 조건과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쟁을 펼쳐 온 집배노조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최악의 살인 기업’ 특별상
그런데 문재인의 1백 명 증원 계획이나 뒤이어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대책은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초 증원된 1백60명 외에 문재인이 얘기한 추경사업이 반영되면 1백 명을 추가로 증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집배노조가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추산한 인력 4천5백 명의 6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은 “현재 부족한 인력이 4천5백 명 정도인데, 고작 1백 명 증원은 하나 마나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인력 충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집배 인력 산출 근거로 삼는 ‘집배부하량 산출 시스템’이 순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집배원의 “배달물량, 이동거리 등 집배업무 단위요소(총 1백90개)를 업무별 표준시간으로 각각 계산한 후 합산하여 1인당 부하량을 산출”하는 것인데, ‘업무 별 표준시간’이 실제 집배원들의 현실 상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편지 1통은 2.1초, 등기 1통은 28초, 택배 1통은 30.7초다.
심지어 우정사업본부는 이러한 집배부하량시스템에 의거하여 인력이 남는 관서도 있다며, “[이런] 관서의 경우 퇴직자 발생시 인력충원을 중단하고, 정원을 회수하여 부족관서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현장의 업무 현실을 전혀 모르고 책상에 앉아 계산만 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집배부하량 제도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
또 우정사업본부는 부족 인력 산출을 위해 계산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대폭 축소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 기준으로 집배원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이 2천5백31시간(주 48.7시간)이라며 근로기준법(주 52시간)보다 적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집배노조 조사보다 무려 연간 357 시간이나 적다. 집배노조가 발표한 자료는, 전국 9개 지방청 소속 2014년 1월~2016년 4월까지 월별 <초과근무세부내역> 5천53건을 분석한 것이다.
집배원들이 과로사로 죽어 나가는데도,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들의 현실을 아무 문제 없는 것인 양 말하는 것을 보면, 우정사업본부 관료들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집배원 근로시간 단축 대책’에는 노동자들이 치를 떠는 토요 근무 폐지도 포함돼 있지 않다. 노동자들이 이번 대책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우정사업본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인 상시 집배원을 늘려 현재 2천5백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공무원) 집배원에 비해 급여와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그래서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 환경 때문에 비정규직 집배원들의 이직률은 상승했고, 이는 남은 집배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는 비정규직 대책은 아예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려면, 지금 당장 비정규직 집배원 전원을 정규직(공무원)화해 안정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부자와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대안을 회피하며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지난 6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추경도 청년실업난을 극복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지난 6월 18일 공공운수노조로 조직된 우체국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집회를 열고 우정사업본부와 정부에게 대폭의 인력 충원을 요구한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와 같은 노동자들의 행동을 계속 확대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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