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노]심각한 집배원 사망재해, 국민조사위를 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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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08-08 10:06 조회4,963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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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집배원 사망재해, 국민조사위를 구성하라
기사승인 2017.08.07 08:00:02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지난 7월6일 21년차 집배원 원아무개(47)씨가 안양우체국 앞에서 장시간·중노동과 주먹구구식 배달구역 변경 등에 항거하며 분신해 끝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31일 가평우체국 집배원 김아무개(49)씨는 연말 폭주한 배달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오르내리다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해 7월4일 청송현동우체국에서 일하던 9년차 집배원 배아무개(34)씨는 장마철 악천후 속에서 우편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집에서는 다음날 출산 예정이던 배우자와 네 살배기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2. 집배원 사망재해(과로사, 과로 및 업무스트레스 등에 의한 자살, 교통사고사 등)는 이것만이 아니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17년 한 해에만 집배원 10명이 업무와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공무원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집배원 노동재해 건수는 사망재해 19건을 포함해 총 1천182건이다. 노동재해율(노동재해 건수/노동자수)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4.3배나 된다. 공식적인 재해현황에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 재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상상 이상이다.
이와 같은 심각성을 반영하듯 시민·사회단체의 2015년 살인기업 선정에 있어 정부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우정사업본부가 ‘시민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 2위, ‘산재통계상 지난 10년간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 4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우편이 아닌 죽음을 배달하는 집배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3. 과로사·과로자살·교통사고사 등 집배원 사망재해의 근본원인은 인력부족에서 비롯된 장시간·중노동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간노동시간은 3천379시간이고(OECD 평균을 훨씬 초과하는 한국의 연간노동시간보다 무려 1천100시간 많은 수치다), 1일 평균 노동시간은 비수기(폭주기 제외한 평시)에는 10.8시간, 폭주기(매월 후반)에는 13.1시간, 특별기(명절·선거 등)에는 15.3시간이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의 경우 연중 31주는 1일 평균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나머지 21주는 13~15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한다(노동자운동연구소, 2013). 이처럼 집배원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비수기·폭주기·특별기 등에 따라 매우 불규칙한 노동에 시달린다.
또한 집배원은 매일 우편물 상·하차, 우편물 분류와 정리, 담당 구역별 우편물 배달과 수집 등의 업무를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해야 하는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집배원이 근무시간 내내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상태의 심박수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욱이 팀 단위로 관할구역을 책임지는 집배원들은 팀원 휴가나 병가로 인한 겸배(배달물량 분담)에 시달리고, 배달구역의 주먹구구식 재조정과 변경으로 인해 새로운 주소지와 배달경로 파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일시적으로 폐지된 집배원 토요근무가 2015년부터 부활돼 노동강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나아가 집배원은 배달 과정에서의 마찰로 민원인에게 고소까지 당하는 등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지속적인 오토바이 운전업무로 인한 긴장, 오(誤)배달 우려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집배원의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 잠재적 스트레스군이 55.77%, 고위험군이 34.62%를 차지했다. 더욱이 집배원은 우편배달 과정에서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연차휴가도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이처럼 집배원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지극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하루하루 노동을 하는 끔찍한 상황에 몰려 있다.
4.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장시간·중노동 실태를 은폐하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참으로 가관이다. 지금 집배원 문제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상징적인 사안이 됐다. 정부 스스로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재해를 시정하지 않는 마당에 누가 정부의 관련 정책과 지시를 따르겠는가. 효율과 이윤 등 그 어떤 것도 생명과 안전에 우선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지금 당장 충분한 집배인력 충원과 장시간 노동 근절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매년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재해로 죽음의 일터가 돼 버린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국민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산업안전보건의 날 축사에서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사고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대책위 요구를 즉각 수용하길 바란다.
우리에게 친근하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이 하루하루 죽음에 내몰리는 풍경을 그대로 방치하는 정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더욱이 노동자 사망재해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문재인 대통령 산업안전보건의 날 축사 중)이다.
5. 미국 집배원의 경우 우편배달 과정에서 사망한다면 그건 거의 개 때문이라고 한다. 과로사는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웃을 수만은 없는 미국 사례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길 바란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으로 과로사와 과로자살 사건을 다루면서 사전에 사용자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하루라도 빨리 조사위가 구성되고 집배 인력이 충원돼 한 명의 집배원이라도 더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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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17.08.07 08:00:02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지난 7월6일 21년차 집배원 원아무개(47)씨가 안양우체국 앞에서 장시간·중노동과 주먹구구식 배달구역 변경 등에 항거하며 분신해 끝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31일 가평우체국 집배원 김아무개(49)씨는 연말 폭주한 배달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오르내리다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해 7월4일 청송현동우체국에서 일하던 9년차 집배원 배아무개(34)씨는 장마철 악천후 속에서 우편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집에서는 다음날 출산 예정이던 배우자와 네 살배기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2. 집배원 사망재해(과로사, 과로 및 업무스트레스 등에 의한 자살, 교통사고사 등)는 이것만이 아니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17년 한 해에만 집배원 10명이 업무와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공무원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집배원 노동재해 건수는 사망재해 19건을 포함해 총 1천182건이다. 노동재해율(노동재해 건수/노동자수)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4.3배나 된다. 공식적인 재해현황에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 재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상상 이상이다.
이와 같은 심각성을 반영하듯 시민·사회단체의 2015년 살인기업 선정에 있어 정부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우정사업본부가 ‘시민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 2위, ‘산재통계상 지난 10년간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 4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우편이 아닌 죽음을 배달하는 집배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3. 과로사·과로자살·교통사고사 등 집배원 사망재해의 근본원인은 인력부족에서 비롯된 장시간·중노동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간노동시간은 3천379시간이고(OECD 평균을 훨씬 초과하는 한국의 연간노동시간보다 무려 1천100시간 많은 수치다), 1일 평균 노동시간은 비수기(폭주기 제외한 평시)에는 10.8시간, 폭주기(매월 후반)에는 13.1시간, 특별기(명절·선거 등)에는 15.3시간이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의 경우 연중 31주는 1일 평균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나머지 21주는 13~15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한다(노동자운동연구소, 2013). 이처럼 집배원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비수기·폭주기·특별기 등에 따라 매우 불규칙한 노동에 시달린다.
또한 집배원은 매일 우편물 상·하차, 우편물 분류와 정리, 담당 구역별 우편물 배달과 수집 등의 업무를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해야 하는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집배원이 근무시간 내내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상태의 심박수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욱이 팀 단위로 관할구역을 책임지는 집배원들은 팀원 휴가나 병가로 인한 겸배(배달물량 분담)에 시달리고, 배달구역의 주먹구구식 재조정과 변경으로 인해 새로운 주소지와 배달경로 파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일시적으로 폐지된 집배원 토요근무가 2015년부터 부활돼 노동강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나아가 집배원은 배달 과정에서의 마찰로 민원인에게 고소까지 당하는 등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지속적인 오토바이 운전업무로 인한 긴장, 오(誤)배달 우려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집배원의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 잠재적 스트레스군이 55.77%, 고위험군이 34.62%를 차지했다. 더욱이 집배원은 우편배달 과정에서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연차휴가도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이처럼 집배원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지극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하루하루 노동을 하는 끔찍한 상황에 몰려 있다.
4.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장시간·중노동 실태를 은폐하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참으로 가관이다. 지금 집배원 문제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상징적인 사안이 됐다. 정부 스스로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재해를 시정하지 않는 마당에 누가 정부의 관련 정책과 지시를 따르겠는가. 효율과 이윤 등 그 어떤 것도 생명과 안전에 우선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지금 당장 충분한 집배인력 충원과 장시간 노동 근절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매년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재해로 죽음의 일터가 돼 버린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국민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산업안전보건의 날 축사에서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사고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 대책위 요구를 즉각 수용하길 바란다.
우리에게 친근하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이 하루하루 죽음에 내몰리는 풍경을 그대로 방치하는 정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더욱이 노동자 사망재해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문재인 대통령 산업안전보건의 날 축사 중)이다.
5. 미국 집배원의 경우 우편배달 과정에서 사망한다면 그건 거의 개 때문이라고 한다. 과로사는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웃을 수만은 없는 미국 사례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길 바란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으로 과로사와 과로자살 사건을 다루면서 사전에 사용자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하루라도 빨리 조사위가 구성되고 집배 인력이 충원돼 한 명의 집배원이라도 더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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