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집배원·식당종업원, 주당 52시간 넘는 근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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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08-03 17:01 조회3,7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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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식당종업원, 주당 52시간 넘는 근로 사라질까
이기훈 기자 입력 2017.08.01. 03:06 수정 2017.08.01. 07:07 댓글 14개
졸음운전·과로사 막자는 취지.. 근로시간 제한 예외업종 축소
노동계 "예외업종 아예 없애야"
경영계 "추가 고용 인건비 부담"
환노위 "9월 국회서 본격 논의"
여야가 31일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 이하로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최근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장시간 근로로 내몰린 집배원이 과로사나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이 업종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을 강제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에 따라 시내·시외·고속·마을 버스 운전사에 대해 주당 52시간 이상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우편업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노사 합의 시 무제한 근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주당 52시간(12시간 연장 포함)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59조에서 예외적으로 법정 근로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례업종을 따로 지정하고 있다. 육상운송업·소매업 등 26개 업종은 노사가 합의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 근로를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이다.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정확히 정하기 어려운 업종이나 공익에 따른 필요가 인정되는 업종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특례업종 제도 때문에 상당수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에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례업종이 1961년 처음 도입될 당시엔 일부 업종에 한정됐지만, 서비스 산업이 갈수록 커지면서 특례업종 종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26개 특례업종 종사자(5인 이상 사업장 기준 453만명)가 전체 종사자의 40.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특례업종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운수업 등은 공중 편의 때문에 특례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오히려 장시간 근무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이 커 공익을 해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는 2012년 근로시간특례업종위원회에서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기로 하고,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 때 이 같은 방안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당시 노사정 합의가 깨지면서 실제 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노동계 "아예 폐기", 경영계 "인력난"
여야가 특례업종 축소에 잠정 합의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특례업종 축소 시기를 언제로 할지, 휴일 근로에 대한 수당 지급률은 얼마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여야는 물론 노사 간 이견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 특례업종 대부분이 근로 시간을 일괄적으로 정할 수 없는 서비스업에 해당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특례업종 축소로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 일부 서비스 업종의 요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야는 이에 따라 일단 8월까지 특례업종 축소에 따른 효과와 파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고, 올 9월 국회 때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여야 잠정 합의에 대해 '반쪽 개정'이라며, 특례업종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등은 "특례 대상업종을 26개에서 10개 정도로 줄이는 것으로는 장시간 노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악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여야 합의에서 택시업이 특례업종으로 유지되자 양대 노총 소속 택시노조는 "(버스업처럼) 한 번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제외해주고, 매년 여러 번 사고가 나는 택시는 남기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고 했다. 최근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방송업도 특례업종 지정이 계속 유지됐다.
반면 경영계는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을 우려한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 2만4700여명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면서 "노선 운행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선 연간 1조 86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특례업종 조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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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식당종업원, 주당 52시간 넘는 근로 사라질까
이기훈 기자 입력 2017.08.01. 03:06 수정 2017.08.01. 07:07 댓글 14개
졸음운전·과로사 막자는 취지.. 근로시간 제한 예외업종 축소
노동계 "예외업종 아예 없애야"
경영계 "추가 고용 인건비 부담"
환노위 "9월 국회서 본격 논의"
여야가 31일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 이하로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최근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장시간 근로로 내몰린 집배원이 과로사나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이 업종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을 강제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에 따라 시내·시외·고속·마을 버스 운전사에 대해 주당 52시간 이상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우편업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노사 합의 시 무제한 근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주당 52시간(12시간 연장 포함)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59조에서 예외적으로 법정 근로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례업종을 따로 지정하고 있다. 육상운송업·소매업 등 26개 업종은 노사가 합의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 근로를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이다.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정확히 정하기 어려운 업종이나 공익에 따른 필요가 인정되는 업종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특례업종 제도 때문에 상당수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에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례업종이 1961년 처음 도입될 당시엔 일부 업종에 한정됐지만, 서비스 산업이 갈수록 커지면서 특례업종 종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26개 특례업종 종사자(5인 이상 사업장 기준 453만명)가 전체 종사자의 40.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특례업종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운수업 등은 공중 편의 때문에 특례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오히려 장시간 근무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이 커 공익을 해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는 2012년 근로시간특례업종위원회에서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기로 하고,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 때 이 같은 방안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당시 노사정 합의가 깨지면서 실제 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노동계 "아예 폐기", 경영계 "인력난"
여야가 특례업종 축소에 잠정 합의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특례업종 축소 시기를 언제로 할지, 휴일 근로에 대한 수당 지급률은 얼마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여야는 물론 노사 간 이견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 특례업종 대부분이 근로 시간을 일괄적으로 정할 수 없는 서비스업에 해당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특례업종 축소로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 일부 서비스 업종의 요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야는 이에 따라 일단 8월까지 특례업종 축소에 따른 효과와 파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고, 올 9월 국회 때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여야 잠정 합의에 대해 '반쪽 개정'이라며, 특례업종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등은 "특례 대상업종을 26개에서 10개 정도로 줄이는 것으로는 장시간 노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악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여야 합의에서 택시업이 특례업종으로 유지되자 양대 노총 소속 택시노조는 "(버스업처럼) 한 번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제외해주고, 매년 여러 번 사고가 나는 택시는 남기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고 했다. 최근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방송업도 특례업종 지정이 계속 유지됐다.
반면 경영계는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을 우려한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 2만4700여명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면서 "노선 운행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선 연간 1조 86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특례업종 조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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