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인력 부족·관행화된 산재은폐가 집배원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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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09-15 11:49 조회5,558회 댓글1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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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
“인력 부족·관행화된 산재은폐가 집배원 죽였다”
황해윤 nabi@gjdream.com | 2017-09-15 06:05:02
집배원 자살…대책마련 목소리 높아
민주노총·전남대학생행진 등 성명
전남대·서광주 우체국엔 분향소 마련돼
“그의 짧은 유서의 첫 말은 ‘두렵다’였다. 그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전, 8월11일 그는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집배노동자의 약 절반이 사고를 당한다고 하지만, 그의 사고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3주 간 입원했다. 퇴원은 했지만, 그는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하루에 기본 12, 13시간,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고 퇴근하는 삶을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자신의 노동강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픈 몸으로 일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우체국 관리자들은 출근을 종용했다. 그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고 재촉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이 낸 성명서 일부다.
지난 5일 서광주우체국 집배원 고 이길연 씨가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집배원을 자살로 내모는 현실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대학생들도 나섰다. 전남대학생행진은 12일 전남대학교 내에 고 이길연 집배원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성명을 통해 “집배 노동자를 자살로 내몰았다”며 우정사업본부와 서광주우체국을 규탄했다.
▲“늘 해왔던 대로 개인 탓”
전남대학생행진은 “도저히 출근할 수 없어서 병가와 연가를 쓰면서 버티던 그는 공상(공무상 부상)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우체국 관리자들은 ‘무사고 1000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면서 “계속해서 산업재해를 은폐해온 방식대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다친 사실을 없애려고 했다”고 규탄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은 “집배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인 한국 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2113시간)보다 무려 775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면서 “올해만해서 15명의 집배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죽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7월 경기도 안양에서는 우정본부와 우체국의 반노동적인 행태를 규탄하면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기까지 했다”면서 “죽음들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신음들을 집배노동자들은 겨우 겨우 삼켜내고 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은 “그런데도 우정본부와 서광주 우체국은 ‘출근 종용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늘 해왔던 대로 개인의 탓으로 몰아가려고 했으며 죽음으로 드러나고 있는 집배노동자들의 고통의 몸무림을 제대로 보지 않고는 겨우 100명을 증원하려다가 282명으로 늘렸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은 △故 이길연 집배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고 이길연 집배노동자의 순직 인정 △우정본부의 ‘무사고 1000일’을 위한 산재은폐시도 중단 △집배노동자의 과로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력충원 실시 △집배노동자의 장시간 연장노동을 정당화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인력부족과 관행화된 산재은폐가 집배원을 죽였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올해에만 15명의 우정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그 하나하나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는 우체국의 장시간-중노동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과로를 유발하는 수많은 제도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 5월 새로운 안전사고 평가시스템인 ‘안전사고 발생지수’를 도입했다”면서 “이 지수는 ‘진단서상 전치주수’를 주요 지표로 하고 있어 현업 관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치주수를 줄이도록, 즉 사고를 축소·은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를 당한 집배노동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도록 하고,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복귀하도록 강요하는 기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문제 극단적으로 드러나”
민주노총은 “우체국 집배인력의 부족함은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고 또한 집배원들의 연이은 사망재해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면서 “부족한 인력은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늘리고, 더 많은 사고와 질병을 유발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재해의 원인은 무시하고, 재해의 발생은 방치한 채 ‘안전사고 발생지수’라는 것을 도입하여 재해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은폐하는 것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또한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충분히 회복할 권리도 묵살했다”면서 “출근을 종용하게 되고, 결국 비참한 결과까지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는 개인적인 문제 또는 특정한 우체국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으며, 우정사업본부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책임도 물었다. 민주노총은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등으로 보상받는 공무원, 교사, 대학병원 노동자들의 산재가 은폐되어 산재보고가 거의 전무한 상태인 것을 노동부는 이미 알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책임 방기가 우체국의 관행화된 산재은폐를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우정사업본부 전남지방우정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시행과 전국 우체국으로 확대해 산재 은폐 등 진상을 밝혀낼 것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고 이길연 집배원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명예회복을 위한 광주지역 대책위는 전남지방우정청과 서광주우체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12일 서광주우체국 후문 앞 분향소와 천막을 설치했다. 또 매일 출퇴근 시간에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5일 오후 7시 서광주우체국 앞에선 추모집회가 예정돼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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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관행화된 산재은폐가 집배원 죽였다”
황해윤 nabi@gjdream.com | 2017-09-15 06:05:02
집배원 자살…대책마련 목소리 높아
민주노총·전남대학생행진 등 성명
전남대·서광주 우체국엔 분향소 마련돼
“그의 짧은 유서의 첫 말은 ‘두렵다’였다. 그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전, 8월11일 그는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집배노동자의 약 절반이 사고를 당한다고 하지만, 그의 사고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3주 간 입원했다. 퇴원은 했지만, 그는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하루에 기본 12, 13시간,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고 퇴근하는 삶을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자신의 노동강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픈 몸으로 일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우체국 관리자들은 출근을 종용했다. 그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고 재촉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이 낸 성명서 일부다.
지난 5일 서광주우체국 집배원 고 이길연 씨가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집배원을 자살로 내모는 현실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대학생들도 나섰다. 전남대학생행진은 12일 전남대학교 내에 고 이길연 집배원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성명을 통해 “집배 노동자를 자살로 내몰았다”며 우정사업본부와 서광주우체국을 규탄했다.
▲“늘 해왔던 대로 개인 탓”
전남대학생행진은 “도저히 출근할 수 없어서 병가와 연가를 쓰면서 버티던 그는 공상(공무상 부상)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우체국 관리자들은 ‘무사고 1000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면서 “계속해서 산업재해를 은폐해온 방식대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다친 사실을 없애려고 했다”고 규탄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은 “집배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인 한국 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2113시간)보다 무려 775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면서 “올해만해서 15명의 집배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죽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7월 경기도 안양에서는 우정본부와 우체국의 반노동적인 행태를 규탄하면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기까지 했다”면서 “죽음들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신음들을 집배노동자들은 겨우 겨우 삼켜내고 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은 “그런데도 우정본부와 서광주 우체국은 ‘출근 종용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늘 해왔던 대로 개인의 탓으로 몰아가려고 했으며 죽음으로 드러나고 있는 집배노동자들의 고통의 몸무림을 제대로 보지 않고는 겨우 100명을 증원하려다가 282명으로 늘렸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대학생행진은 △故 이길연 집배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고 이길연 집배노동자의 순직 인정 △우정본부의 ‘무사고 1000일’을 위한 산재은폐시도 중단 △집배노동자의 과로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력충원 실시 △집배노동자의 장시간 연장노동을 정당화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인력부족과 관행화된 산재은폐가 집배원을 죽였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올해에만 15명의 우정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그 하나하나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는 우체국의 장시간-중노동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과로를 유발하는 수많은 제도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 5월 새로운 안전사고 평가시스템인 ‘안전사고 발생지수’를 도입했다”면서 “이 지수는 ‘진단서상 전치주수’를 주요 지표로 하고 있어 현업 관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치주수를 줄이도록, 즉 사고를 축소·은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를 당한 집배노동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도록 하고,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복귀하도록 강요하는 기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문제 극단적으로 드러나”
민주노총은 “우체국 집배인력의 부족함은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고 또한 집배원들의 연이은 사망재해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면서 “부족한 인력은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늘리고, 더 많은 사고와 질병을 유발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재해의 원인은 무시하고, 재해의 발생은 방치한 채 ‘안전사고 발생지수’라는 것을 도입하여 재해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은폐하는 것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또한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충분히 회복할 권리도 묵살했다”면서 “출근을 종용하게 되고, 결국 비참한 결과까지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는 개인적인 문제 또는 특정한 우체국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으며, 우정사업본부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책임도 물었다. 민주노총은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등으로 보상받는 공무원, 교사, 대학병원 노동자들의 산재가 은폐되어 산재보고가 거의 전무한 상태인 것을 노동부는 이미 알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책임 방기가 우체국의 관행화된 산재은폐를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우정사업본부 전남지방우정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시행과 전국 우체국으로 확대해 산재 은폐 등 진상을 밝혀낼 것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고 이길연 집배원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명예회복을 위한 광주지역 대책위는 전남지방우정청과 서광주우체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12일 서광주우체국 후문 앞 분향소와 천막을 설치했다. 또 매일 출퇴근 시간에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5일 오후 7시 서광주우체국 앞에선 추모집회가 예정돼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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