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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성범죄전문변호사 한·미, 한·일, 한·중, 미·일, 미·중…숨가빴던 ‘정상외교 슈퍼위크’ [신문 1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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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5-11-04 10:21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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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성범죄전문변호사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수천 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국경 없는 슬픔 (10월27일)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두고 기억과 소통의 공간인 ‘별들의집’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3년 전 이태원 참사로 머나먼 타국에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등 12개국에서 온 유가족 46명은 지난 25일 참사 현장인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헌화하고, 26일에는 별들의집을 방문했습니다. 그간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던 희생자 7명의 사진이 별들의집 벽에 걸렸습니다. 한국 유가족들은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보라색 리시안셔스를 전했습니다.
27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별들의집 벽에 걸린 가족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입니다. 한 희생자의 가족은 “와서 보니 너무 아름다운 별들이 떠 있다.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며 울먹였습니다. 내·외국인 유가족들은 이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감정이 드러나는 사진은 한 번 더 시선이 갑니다. 그게 눈물일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눈물 사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겠지요.
■ 손에 손잡고 기념촬영 (10월28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1박2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27일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를 위한 협상 개시를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늘날 우리는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지경학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아세안+3(한·중·일) 협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8일 1면 사진은 이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입니다.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 포즈는 딱 두 가지입니다. 차렷자세의 사진과 팔을 ‘X자’로 만들어 손을 맞잡는 사진이죠. 움직임이 있는 사진은 그렇지 않은 사진보다 힘이 있습니다. 이날 정상들의 기념사진과 다퉜던 1면 사진 후보는 사상 처음 4000고지에 오른 코스피 종가 사진입니다. ‘사상 처음’이라는 매력적인 수식어를 달았지만, 정상회의 사진에 밀렸습니다. 코스피 3000을 탈환한 이후 100포인트씩 오를 때마다 그날의 종가 사진은 1면 사진 후보가 되곤 했습니다. 1면 사진 탈락은 반복적으로 봤던 식상함이 작용했습니다.
■ 미 항모에서 나란히 (10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일·미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더욱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미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항상 일본에 대해 깊은 애정과 존경을 품어왔다. 이 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일본의 방위비 조기 증액, 조선·희토류와 관련한 양국 협력, 일본의 5500억달러(약791조원) 대미 투자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1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올라 연설을 하는 장면입니다. 두 정상은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함께 타고 해군기지로 이동해 항공모함에 승선했습니다. 악수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회담하는 사진보다 마린원을 타고 항공모함에 오른 사진이 양국의 동맹의지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겠지요. 전형적인 악수 사진이 아닌 데다가, 다카이치 총리의 표정과 제스처가 1면 사진 선택을 부추겼습니다.
■ 금색 넥타이 매고 금관 선물 ‘황금빛 외교’ (10월30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교착 상태에 있던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했습니다. 핵심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현금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하고, 연간 투자액을 최대 200억달러로 했습니다. 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후속 협의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습니다.
30일자 1면 사진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를 하는 모습입니다. 금 190돈 등이 사용됐다는 무궁화대훈장과 역시 상당한 양의 금이 사용된 금관은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트럼프는 “매우 특별하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는 평이하고 상투적인 사진설명을 쓰지 않을 수 있는 1면 사진이었습니다.
■ 6년 4개월 만에 보고, 처음 보고 (10월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두 정상은 펜타닐 관세 인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등 양국 무역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두 정상의 대면은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4개월만입니다. 한편 이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와 다카이치 사나이 일본 총리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양국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해 나가면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들도 얼마든지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그간 구축해온 일·한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유익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1면 사진은 미·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사진을 나란히 붙여썼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이 주목도가 더 컸습니다만,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회담도 1면에서 빠질 수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두 사진 중 어느 사진을 메인으로 쓸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결국 비슷한 앵글, 같은 크기의 사진을 나란히 쓰기로 했습니다. 다른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미·중 정상회담 사진을 메인 사진으로 썼습니다. 1면 사진에 정답은 없지만 모두 ‘예’라고 답할 때, 홀로 ‘아니요’라고 한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집니다.
미국 뉴욕시장 선거를 사흘 앞둔 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와 통화하며 ‘조언자’ 역할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주류 세력이 맘다니 후보 지지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통화가 맘다니 후보가 당 지도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맘다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캠페인이 인상적이었다”며 “선거에서 이기면 조언자 역할을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30분간 통화에서 정치 신예로 갑자기 큰 관심을 받게 된 맘다니 후보가 선거기간 거의 실수를 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고, 뉴욕시장에 당선된다면 꾸리게 될 새 행정부와 추진 공약 등에 관해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다른 민주당 지도자들이 34세 민주사회주의자 맘다니와 분명히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이번 통화는 오바마의 지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짚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온 만큼 맘다니 후보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월 맘다니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을 때에 이어 이번까지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손을 내밀었다. 둘은 워싱턴에서 직접 만날 계획도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닌 정치적 상징성과 민주당 내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맘다니 후보가 민주당 주류에 편입될 가능성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NYT는 ‘오바마 사단’이 맘다니 후보를 민주당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줄 유망한 인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맘다니 후보가 뉴욕 역사상 최초 무슬림 시장이 될 경우 미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민주당의 ‘차세대 얼굴’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 ‘우클릭’ 행보를 보여온 민주당 지도부는 맘다니 후보를 두고 너무 급진적이라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에야 맘다니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인 맘다니 후보는 지난 6월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서 정계 거물인 쿠오모 전 주지사를 꺾으면서 돌풍을 몰고 왔다. 주택상담사, 래퍼 등 독특한 이력과 더불어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서민층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겠다고 내건 공약이 주목받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뉴욕) 등 진보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지난 9월 맘다니 후보에 지지 입장을 표했다.
맘다니 후보는 오는 4일 뉴욕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쿠오모 전 주지사, 커티스 슬리워 공화당 후보 등과 맞붙게 된다. 지난달 30일 에머슨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맘다니 후보는 51%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며 쿠오모 전 주지사(25%)와 슬리워 후보(21%)를 큰 폭으로 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당선을 반대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맘다니는 부유층의 세금으로 새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트럼프는 연방 자금 지원을 끊는 등 ‘뉴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선언했다”며 “두 사람은 뉴욕을 무대이자 희생양 삼아 극적인 충돌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온라인에서 ‘혼밥 레벨’ 테스트가 돌았던 적이 있다. 집단이 기본값인 한국사회에서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가 처음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측정하는 일종의 놀이였다. 혼밥 레벨의 큰 틀은 대충 이렇다. 1단계는 편의점, 2단계는 학생식당이나 구내식당, 3단계는 패스트푸드. 단계가 올라갈수록 혼밥의 난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분식집, 맛집을 거치면 7·8단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고깃집, 횟집이 있다. 누구나 보는 순간 이해할 만큼 이 테스트는 특정 공간과 음식의 의미를 함축한다.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패스트푸드점은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곳이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공간과 음식에는 사회적 맥락이 추가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고깃집, 횟집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곳이다. 교류가 이루어지고, 분위기나 규모가 중요하며, 음식은 최소 2~3인분 이상부터 판매한다. 그런 곳에서 혼자 밥을 먹는 행위는 어쩐지 중요한 사회적 관계로부터 이탈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는 혼자서도 당당하게 방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마저도 혼자서 2~3인분을 소화하는 건강과 경제력이 받쳐줄 때 가능하다. “돈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엔 서러운 음식, 고기.” 영화 <사람과 고기>의 공식 소개가 이렇게 시작하는 까닭이다.
10월7일 개봉한 <사람과 고기>는 빈곤한 노인들이 의기투합해 고기를 먹고 도망 다니는, 간결하고도 조금 짠한 이야기다. 장용, 박근형, 예수정이 출연했고 양종현 감독과 임나무 작가가 만들었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는 형준(박근형)과 우식(장용)은 폐지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길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의 좌판을 엎는다. 화가 난 화진이 벌컥 소리 지른다. “그러니까 늙은이들, 진상이다! 그러는 거 아니야!” 형준과 우식, 화진이 살아가는 오늘이 노인을 보는 시선은 차갑고 떨떠름하기만 하다. 특히 빈곤 노인이라는 존재는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구조적 모순과 불편한 감정을 자극한다. 2014년 국민연금공단에서 주최한 대학생 대상 공모전에서 최우수 당선작은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폐지 줍는 손수레와 여행용 가방을 대비시켰다. 그 밑에는 “품위 있는 제2의 인생 국민연금으로 시작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있다. 이 광고는 즉각적인 비판을 받았지만, 최우수 당선작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나쁜 공감’을 샀다는 뜻이다. 한국은 노인의 노동참여율이 OECD 회원국 중 1위지만, 노인빈곤율도 1위다. 개인이 노력해서 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본질을 은폐하는 방법은 언제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저렇게 살지 않으려면”이라는 부정적 전제가 삶의 모든 과정을 통제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삶은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타자화되고, 타자화는 정체성을 집어삼킨다. 빈곤 노인은 비참하거나 우울하고, 불쌍하고, 취향이나 욕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과 고기>에서 형준과 우식, 화진은 웃고 달린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거짓말하고, 농담한다. 폐지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은 채로, 길거리 좌판에 앉은 채로.
영화의 초반에 싸움을 벌였던 형준과 우식은 화해한다. 형준의 집에 초대된 우식은 번듯한 양옥집과 가족사진을 보고 놀란다. 형준은 “집만 있고 수입 없고 자식놈들은 싸가지가 없어. 됐지?”라고 응수하는데, 자식이 있는데도 폐지를 줍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이골이 났다. 외국에 나간 지 오래라 연락이 끊겼고 집은 자식 명의라 처분도 못한다. 우식은 독거 노인이다. 결혼하거나 가족을 이룬 적 없고, 고양이를 데리고 산다. 화진은 딸의 부부가 죽은 뒤 혼자 손자를 키우는데 손자는 종종 찾아와 돈만 뜯어갈 뿐이다. 빈곤 노인의 상황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준의 집에 놀러온 우식은 커피를 마다하고, 밥 있냐고 묻는다. 기회가 닿을 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이 체면보다 먼저다. 형준과 우식은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소고기뭇국을 끓여 먹기로 한다. 화진에게서 무를 사며 국 끓이는 법을 묻던 형준이 화진을 초대하는 동안, 우식은 동네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훔친다. 태연하고 뻔뻔스럽게.
세 사람은 화진이 끓인 소고기뭇국을 두고 둘러앉는다. 한국인에게 국물이란 밥상의 상징이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혼을 데우는 음식이다. 공간을 제공한 형준, 고기를 구해온 우식, 기술을 발휘한 화진. 세 사람이 힘을 보태니 비로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함께 나누어 먹는 경험은 외로움과 정서적 허기까지 채운다. 우식은 진짜 고기를 먹어 보자며 형준과 화진을 고깃집으로 이끈다. 그런데, 기세 좋게 술까지 곁들여 고기를 먹어 치우고 나서 하는 말이 돈이 없단다. 얼굴이 노래진 형준과 화진은 우식의 지시에 따라 달아나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맛있었지?”하는 우식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맛있었지!”하고 소리친다. 솔직히 재밌다. 원인이야 어떻든 심장이 뛰니까. 유튜버 박막례 선생님 가라사대, 나이가 들면 심장 뛰는 일은 부정맥뿐이다. 그러니 기대되고 재밌는 일을 만들어야 나이 들어서도 살맛이 난다고 하셨다. 막례 선생님은 계모임 같은 것을 추천했지만, <사람과 고기>의 세 사람은 고기 먹고 튀기를 선택한다. 식욕과 육식은 삶의 활력을 상징한다. 좋은 것을 먹고 싶다는 욕망은 원초적이고 인간적이다. 먹는 것과 떨어진다면 삶과 결별할 수밖에 없다. ‘살맛’이 ‘살맛 나는’ 경험이 되는 순간 삼인방의 생활에 윤기가 돌기 시작한다.
어느새 정기 모임이 된 무전취식에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이들은 장소를 꼼꼼하게 선정하고 들키지 않으려고 다양한 전략을 짠다. 옷이나 소품을 활용하고, 부부인 척 연기하거나, 담배 피우는 척을 한다. 새로운 일투성이다. 선불결제나 키오스크, 가게 내부 화장실 같은 변수와 맞닥뜨렸을 때 계획이 실패하는 것조차 요즘 말로 하면 도파민이 솟는 경험이다. 종업원과 추격전을 벌일 때, 불편한 다리로 토할 때까지 뛰면서 이들은 배가 찢어지게 웃는다. 무전취식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화진의 손자가 보이는 반응처럼 어이없거나 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행위의 도덕적이거나 법적인 평가보다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다. 사람들이 뭐라고 욕하는지 보라는 손자의 말에 화진은 항변한다. “늙었으니까, 세상 사람들 불편하지 않게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가 그냥 죽으라구?” 빈곤한데, 빈곤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박탈당하고 그래서 추해진다. 그런데 그마저 티내지 말라고 압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폐 끼치지 않으려면, 형준의 친구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굶어 죽는 수밖에 없다. 삼인방은 빈곤 노인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세계에서 착한 시체보다 불편하고 짜증 나는 노인네가 되기를 선택한다.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칠 때 비로소 세상은 그들을 유심히 보고, 법적 책임과 존엄성이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 취급한다. 판사가 삼인방에게 오만하게 읊는 판결문처럼, 지불의 의무 앞에서만 세 사람은 인격과 품위가 있는 어르신으로 둔갑한다. 젊은 고깃집 사장은 부도덕한 노인을 모욕하며, 떳떳하게 벌어먹는 자신과 노동의 신성함을 과시한다. 그 가게가 부모의 돈으로 차린 것이라는 사실은 품위와 도덕적 우위마저 계급적 특권으로 작동하는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답답한 행정절차 때문에 분노한 형준이 난동을 부릴 때에도 그것이 노인 개인의 행실 문제로 보이듯이.
“언젠가 다 똑같은 고기가 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 김철홍 평론가의 말이다. 사람과 고기를 나누는 경계는 사실 매우 희미하다. 누구도 노화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해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로 기어이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을 그려냈다면, <사람과 고기>는 나이가 들더라도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한 애정과 가난하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기쁨을 이야기한다. 노인빈곤 문제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농담을 던진다. 가난한 노인이지만 삼인방이 마냥 선량하거나 무해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매력적이다. 서로 과거사를 풀어놓을 때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연기 인생 도합 160년이 넘는다는 홍보 카피에 걸맞게 박근형, 장용, 예수정은 영화의 얼굴에 생생한 주름과 표정을 새겨 놓았다. <사람과 고기>는 개봉 2주 만인 25일에 누적 관객수 2만명을 돌파했고, 관객들의 응원에 힙입어 3주차에 상영관이 늘어나는 ‘역주행’을 이루어냈다. 독립영화가 극악한 시간대에, 그것도 수도권 위주로만 상영되는 문제가 최근 다시 제기되었다. 작고 깊은 이야기들이 더 다양한 경로로 많은 관객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제목만 보고 뒷걸음질 쳤던 분들에게 외치고 싶다. 우리 <사람과 고기> 고어 영화 아닙니다. 겁먹지 말고 봐주시길.
<이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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