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정구입 “플라톤 사상에서 획기적 사회주의 발아를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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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5-10-30 00:40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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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정구입 박호성(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신작 <사회주의 사상사>(사회평론) 제3장은 ‘플라톤, 고대의 마르크스주의자인가?’이다. 플라톤은 통치자(철인왕), 수호자(군인), 생산자라는 3개의 계급을 나눠놓고, 특정 계급이 다른 계급을 지배하는 체제를 제시한 사람 아닌가?
박호성도 “플라톤이 국가·지배 자체의 소멸까지 예단한 마르크스적 의미의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도 ‘고대의 마르크스’처럼 비치도록 만드는, 호소력 있는 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플라톤 새로 읽기를 시도한다.
“마르크스의 자본가 비판 떠올라”
<국가> 제8권 중 ‘과두체제의 속성’에 관한 플라톤의 비판을 예로 든다. 이 체제에선 부자들이 통치한다. 가난한 사람은 관직에 가지 못한다. 플라톤은 가난한 사람이 조타술에 더 능하더라도 재산이 적다고 배를 맡기지 않으면 “형편없는 항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과두체제가 지배하는 나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나라와 부유한 사람들의 나라 즉 “같은 곳에 거주하면서 언제나 서로에 대해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리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박호성은 “‘재산 소유자의 민족과 노동자의 민족’의 분열”을 역설한 마르크스의 계급 양극화 진단과 자본가 비판을 떠올렸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플라톤은 ‘과두체제’에서 자본가 계급이 계급 지배를 관철한다고 본 거죠. 이 체제에선 빈부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이 필연적으로 생기고, 황금만능주의와 배금사상이 지배윤리로 정착하게 될 거로 봤어요.”
박호성은 제2신분인 수호자의 ‘공동체 규범’에서도 “획기적인 사회주의 사상의 발아”를 들여다본다. 수호자는 어떠한 사유재산도 가질 수 없다. 군인들처럼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 박호성은 “심도 있는 경제적 불평등 극복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한다.
박호성은 2500여년 전 이 철학자의 사상에서 여성주의 실마리도 확인한다. 플라톤은 남녀의 신체적 능력을 ‘구별’했지만, 역량을 ‘차별’하지 않았다. 암수 구별 없이 개가 다 같이 집을 지키고 사냥하듯, 남녀 모두 수호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박호성은 “플라톤은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 ‘참된 철학자들의 역할’도 자질을 충분히 지니고 태어난 여성들이 맡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고 말했다. 플라톤이 ‘여성권리 신장’ 관점에서 동등권을 인정한 건 아니다. 박호성은 “공동체 봉사라는 ‘여성 의무’를 역설하는 조처죠. 가정의 속박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하려는 뜻도 있어요. 고대 그리스 때 나온 여성관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진취적이라 할 수 있지요.”
박호성이 플라톤 자체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3개의 계급 구조가 계급 갈등을 더 깊게 할 수 있다. 플라톤이 사회적 불평등은 존속시키려 했고, 국가의 강제를 우선시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2000여년간 주요 사상가 논지 좇아가
<사회주의 사상사>는 ‘동구 공산권의 몰락’까지 2000여년간 주요 사상가들의 사회주의 논지를 좇아간다. 결론 하나는 “인간사회가 출현한 이래 인류는 더 행복하고, 더 평등한 사회를 향한 꿈을 한시도 외면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박호성은 사회주의에 대한 편견도 깨려 한다. 사회주의는 “불순하고 무지막지한 용어·개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박호성은 한국의 많은 이들이 ‘사회주의’ 하면, ‘빨갱이’나 ‘친북·친공 세력’ 등을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리는 현실을 개탄한다. 사회주의를 곧잘 마르크스주의와 동일시하는 관행도 지적한다.
‘시장’과 ‘광장’의 관계 문제도 짚는다.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분석이다. 그에게 시장은 사익을 위해 흥정하는 곳이라면, 광장은 공익을 위해 절규하는 곳이다. 시장은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곳”, 광장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엄중하게 일깨워주는 곳”이다.
박호성은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자처하지 않았다. 그는 “전통주의적 진보주의를 지향한다”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착취, 불평등 같은 (전통적) 부정적인 요소는 척결해나가되, 인권과 개인 자유 신장 등 (진보적) 민주주의 원칙의 확립 같은 긍정적인 측면은 개선·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뜻이죠.”
<사회주의 사상사>는 1987년 2학기 난생처음 맡았던 강의명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 일간지에 ‘한국 대학에서도 이런 강의가 개설됐다’는 제목으로 박스기사로까지 나왔다”고 했다. 옛날 강의록을 우려먹은 책이 아니다. 각주와 참고문헌을 보면, 2020년대 책과 논문, 기사까지 나온다. 2020년 1월엔 집필을 위해 플라톤이 디오니시우스왕을 만나러 세 번 방문했던 시라쿠사에도 찾아갔다.
“삶은 나눔이라는 깨달음 붙들고 탈고”
박호성은 “삶은 ‘거래(trade)’가 아니라 ‘나눔(share)’이라는 깨달음 하나로 수년간 글쓰기에만 몰두한 끝에 탈고했다”고 말한다. 강화도에서 썼다. 2014년 정년퇴임 하자마자 강화도 내가면 고천리의 고려지(高麗池) 옆에 집을 구했다. “‘자기 귀양’하듯 혈혈단신으로 잠입했지요. 한 해 살고 보니, 인생 마지막 종착지로 부족함이 전혀 없어 ‘종신 귀양살이’를 하자고 작심했죠.”
자기 귀양은 곧 자연 귀의(歸依)다. 강화도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의 자연적, 생태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공평한 사회체제를 건설하는 일이야말로 자연의 자연스러운 요청”이라는 생각이 솟아났다. 이런 사유를 책에도 담았다.
사유는 산책길 사색에서 이뤄진다. 산책에서 삶과 글쓰기를 고민하고, 망상과 잡념을 다스렸다. 이 ‘산책꾼’은 진정한 ‘쉼’이 무엇인지도 생각했다. “망상과 잡념에다 억지로 부리는 욕심과 외부를 향한 무분별한 치근거림에서 벗어나려면 쉬어야죠. 쉬되 마음은 깨어 있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박호성을 만난 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청 옆 당산공원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여기 골목골목을 산책하고 집에 가려 한다. 영등포에서 걷는 건 처음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이 지상에 내가 난생처음 걸어보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새로운 길 아니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을 때의 감격이 또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던지, 나는 실로 걷기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는 책 한 대목이 떠올랐다.
전임 감독을 저격한 ‘골프 세리머니’로 비판받은 이청용(37·울산 HD)이 입이 아니라 골로 말했다.
이청용은 26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1부리그 34라운드 대구FC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패배 문턱에 있던 울산은 이 골로 1-1 무승부를 만들어 승점 1점을 보탰다.
파이널 B로 밀려 1차전을 치른 울산은 승점 41점(10승11무13패)을 기록, 리그 9위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8위 FC안양(승점 42점)을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은 게 소득이었다. 꼴찌 대구는 4경기 연속 무패(1승3무)에 그쳤다.
이청용은 예상보다 이른 하프타임 교체 투입됐다. 전반 종료 직전 대구 김주공에게 선취골을 내준 울산의 승부수였다. 울산은 후반 초중반까지 소나기 슈팅을 때렸다. 허율, 루빅손, 정승현, 라마스, 엄원상 등의 슈팅은 골문을 외면했다. 인저리 타임 5분. 막판 무렵, 대구 서포터스는 승리를 예감하는 노래를 불러젖혔다. 이때 이청용이 일을 냈다. 중앙에서 날아온 공중볼이 장신 공격수 허율을 향해왔다. 허율은 머리로 공을 살짝 돌렸고 이를 엄원상이 컨트롤하면서 골문 옆을 파고드는 이청용에게 패스했다. 이청용의 슈팅은 대구 골망을 찢을 정도로 강력하게 꽂혔다.
축포가 터졌고, 이청용은 동료들과 센터서클로 달려가면서 잠시 포효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경기는 1-1로 끝났다.
경기 전 인터뷰를 당분간 삼가겠다고 했던 이청용은 동점골을 넣어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자 인터뷰에 나섰다. 울산 구단은 최근 논란을 의식해 “오늘 경기에 대한 인터뷰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청용은 “계속 기다린 골이었다. 정말 골이 너무 간절했다”며 “모든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따낸 승점 1점이다. 남은 경기도 쉽지 않겠지만 침착하고 차분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2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1년 만에 1부 승격을 확정 지었다.
인천은 K리그2 2025 36라운드 홈경기에서 경남FC를 3-0으로 완파하며 2부 우승과 1부 복귀를 확정했다. 전날 수원 삼성이 전남 드래곤즈와 비기고, 이날 인천이 승리하면서 3경기를 남기고 인천과 2위 수원의 승점 차는 10점이 됐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강등 위기 때마다 기적 같은 잔류 드라마를 써내려온 인천은 또 강등 한 시즌 만에 ‘다이렉트 승격’을 자력으로 이뤄내 ‘생존왕’의 명성을 증명했다.
“대한민국에 성소수자는 얼마나 있나요?”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강연 등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공식 국가 통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답은 “알 수 없다”이다. 지금까지 국가 차원에서 성소수자 인구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조사를 통해 추정은 할 수 있다. 2023년 글로벌 조사기관인 입소스에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있다. 여기에 따르면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답한 한국의 응답자는 6%였다. 전체 인구의 6%, 총인구 약 5100만명에 대입해 보면 300만명이 넘는다. 규모로 따지면 인천광역시나 부산광역시 인구 수준이다. 살면서 이 두 광역시 출신 사람을 한 번도 안 만나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말 그대로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국가 정책 측면에서 살펴보면 300만명이 넘는 성소수자 인구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국가 차원의 성소수자 인구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동·교육·보건의료·복지 등 각 영역 정책 실태조사에서도 성소수자 대상 조사는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통계가 없다는 것은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편성할 구체적인 근거를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이루어진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소송에서 피고인 국민보험공단은 피부양자를 인정하면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통계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국가 통계와 정책에서 ‘유령’으로 존재하던 성소수자들의 실태를 부분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2025 인구주택총조사’는 함께 사는 가구원이 성별이 같더라도 ‘배우자’ 또는 ‘비혼동거’(함께 사는 연인 등)라고 응답할 수 있다. 5년 전 전차 조사에서는 배우자와 성별이 같은 경우 오류가 뜨며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으나 달라진 것이다. 전차 조사 당시 국정감사 지적과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개선 권고 사항을 국가데이터처에서 즉각 반영한 결과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서서히 알려졌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 통계에서 계속 배제되어 왔던 동성 배우자, 연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포함했다는 것만으로 그 의미는 크다. 특히 국가데이터처는 언론에 배우자와 성별이 같은 경우 입력을 막는 것이 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어 개선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평등을 위한 조치임을 밝혔다.
나아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러한 조사가 문제라고 지적하자, 조원철 법제처장은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것도 바로 그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 시민을 정확히 인정하는 것, 낙인과 고정관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통계를 수집하고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평등으로 가는 출발점임을 이번 인구주택총조사는 보여줬다.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성소수자의 인구와 구체적 삶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 이미 영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동성 부부에 한정하지 않고 인구총조사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질문하며 성소수자 인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2030년에 이루어질 차기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동성 배우자를 넘어 성소수자의 존재를 온전히 확인하는 문항이 도입되기를 바란다.
성소수자는 여느 시민들과 함께 교육받고, 노동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 당연한 삶을 인정하기 위한 첫걸음을 환영하며, 이 변화가 성소수자의 삶을 반영한 제도 마련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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