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부장검사출신변호사 [차이나 패러독스] 보수정치는 어쩌다 ‘혐중’의 늪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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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5-12-10 20:18 조회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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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낮 국회 앞. 불법 계엄 1년을 맞아 국회 정문 왼쪽에서 열린 ‘윤석열 계엄 옹호’ 집회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다.
익숙한 멜로디다. 벨라 차오. 가사는 한국축구 팬클럽 응원가로 쓰이는 걸 개사해 만든 걸로 보인다. ‘인터내셔널’처럼 2차 대전 시기 ‘빨치산’ 노래로 알려진 노래다. 최근에는 한국노동단체 집회 공연에서도 심심찮게 나오는 노래라는 것을 집회 주최 측에서는 알고 있을까.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엔 이렇게 적혀 있다.
“중공인을 데려와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을 훔친 더불어공산당.”
중국 공산당과 손을 잡은 한국의 집권당이 부정선거로 권력을 탈취했다는 주장이다.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9명을 체포해 후송했다는 보도는 일찌감치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기사에 등장하는 ‘정통한 미군 소식통’은 중국대사관 앞에서 난동을 피우다 감옥에 들어갔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 언론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주장도, 미국기관원 신분증도 다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다.
변치 않는 ‘친중·부정선거’ 주장
“민주당이 간첩법의 적용 확대를 반대하며 대한민국은 스파이 천국이 되고 있으며, 북(北)의 지령을 받은 민노총 간부 등의 간첩 활동이 활개 치고 있다. 이처럼 친중·종북 매국 행위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국회 독재 권력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지난 12월 3일 변호인단이 공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이다. 그의 ‘머릿속 대한민국’은 여전히 다른 평형 세계에 존재하는 듯하다.
‘윤 어게인’의 중심에는 자유대학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있다. 이들은 지난해 계엄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방관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신념은 총알로 뚫리지 않는다.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침묵의 시대가 끝나면 내일은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다.” 이들이 유튜브에 올린 ‘불의에 저항하라’라는 홍보 영상을 보면 비장미가 넘친다. 영상을 보면 특이한 부분이 있다. 난데없는 중국어 대사다.
“한국 극우세력이 중국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반중시위를 벌이는 것은 한·중 우호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 이미지도 훼손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11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한 포럼에서 한 축사다. 여기에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혐오 시위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같이 편집돼 있다.
이 단체는 계엄 1년을 맞아 전국의 대학가에 ‘헌법 파괴 독재정권 이재명을 재판하라’는 주장을 담은 대자보를 내 거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자보에도 중국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경복궁 배변 테러 중국인 벌금 5만원, 그 중국인을 욕한 당신, 징역 5년’이라는 내용이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추진 중인 형법 개정안이 이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죄를 다루고 있는 기존의 형법 제307조와 제311조에 ‘특정 국가와 특정 국가의 국민, 특정 인종을 모욕하는 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의견 수렴 절차를 마친 상태다. 개정안에서 징역 5년은 허위사실 유포죄에 부과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다. 양 의원 측은 “초범은 벌금형 이상은 나오기 힘들다. 보통은 기소유예로 끝난다”며 “법정형 상한선만 따다 전체적인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대학 측은 대자보 내용이 ‘혐중’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부경대학에 해당 주장을 담은 대자보를 게시한 공과대학 학생 김선광씨는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는 중국인을 비판하는 것이지 중국 전체를 싸잡아 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징역 5년’은 지나친 과장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보다 자국민이 더 피해 보는 것을 극대화해 집회 문구로 쓴 것”이라며 “집회에서는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해야 관심을 받을 수 있어서 쓴 표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풀어버린 혐중이라는 ‘독’
“한마디로 말하면 윤석열이 독을 풀어버린 것이다.”
중국 정치경제를 연구하는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의 말이다.
“지난해 계엄을 선포하면서 북한 이야기하고 간첩 주장하다가 중국을 끌어들였다. 반중·혐중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걸 가짜뉴스를 통해 정당화하면서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한·중관계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한국문화 금지령) 등을 거치면서 한국 내에 반중 정서가 확산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혐중은 그 원인을 중국에서 찾긴 어렵다고 말한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혐중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부정선거에 개입했고 한국을 공산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가짜뉴스들은 전혀 근거가 없다”라며 “이전부터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일부 부정적 정서와 지금의 혐중은 등장 배경이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혐중은 오히려 그 원인이 한국사회 내부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고, 그 중심에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권이 있으며 특히 점점 극우화되고 있는 보수정당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성명·논평에서 중국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2001년부터 총 215건의 관련 자료가 나온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2년 중국 관련 논평은 “중국의 탈북자 한국행 허용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드 문제와 한한령 시기까지의 논평을 보면 중국 정부를 향한 외교적 비판이 주류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논평 기조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자유한국당 시절인 2020년 2월 성일종 당시 원내대변인 논평의 제목은 ‘우한 폐렴 결의안 발의도, 특위 구성도 응하지 않은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민보다 중국 정부가 무서운가’다.
발병지역에 대한 차별을 우려해 병명에 지역명을 넣지 말도록 한 국제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도 그렇지만, 국내정치에 글로벌 이슈가 된 팬데믹 상황을 끌어들인 것이다.
특히 12·3 계엄 이후에는 근거도 불명확한 부정선거, 중국 개입 음모론이 논평에 공공연히 등장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산하 ‘진짜뉴스발굴단’은 ‘이재명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환영하는 인물’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활동하는 모스탄의 연설 내용을 소개했다. 모스탄은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환영하는 등 압도적 의석수를 이용해 한국 국민이 정당하게 선출한 대통령인 윤석열을 축출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월에는 “독일 공영방송이 대한민국 탄핵 배경으로 친북·친중 정치 세력을 집중 조명했다”며 독일 ARD와 ZDF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의 야당(현 여당)은 북한 및 중국 정권과 친밀했다’, ‘280명의 군인이 폭동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파견되었다” 같은 극우·윤어게인 세력의 음모론적 주장에 쏠려 있다. ‘진짜뉴스발굴단’은 모스탄의 연설문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상은 독일 교민과 시청자의 항의로 삭제된 상태다.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에 유리하도록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경향은 있다. 그런데 선거 개입을 했다는 것은 다르다.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것을 허용한 정부라면 그 정부는 무능한 것이다. 윤석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스로 밥값을 못한 셈이다.” 함운경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의 말이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으로 불법 체류 및 범죄 조직 침투 가능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김민수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로 망상이며 그런 발언을 국민의힘이 허용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서 잘못하고 다니면 혐한 정서가 생기는 것처럼 중국 사람들이 잘못했으니 혐중 정서가 생기는 것은 있다고 보지만, 정치권에서 그걸 활용해 증폭시키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바로 옆에 있는 숙명 때문에 중국이 힘을 키우고 패권적 모습을 보이면 한국민이 불안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무비자 입국으로 중국인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식으로 인종적 혐오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보수·안보보수 아닌 종교보수”
“내부의 실패에 대해 밖에서 원인을 끌어온 것은 윤석열이 처음인 것 같다.”
공희준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음모론적 주장은 더 이상 주류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도피처라고 덧붙였다.
“이명박까지는 보수가 주류였다면 박근혜 탄핵으로 비주류가 됐다. 윤석열이나 지금의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제보수도, 안보보수도 아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종교보수다. 그 교회도 과거의 교회가 아니다. 교회 밖의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은 이상한 신앙공동체다. 대선 후보 때 윤석열은 교회 이야기를 안 했는데 궁지에 몰리니 교회와 손잡았다. 사회적으로 소수화된 교회와 정치적으로 소수화된 윤석열의 고립형 정교 유착이라고 본다.”
이욱연 교수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있는 한 혐중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법은 “그런 부정적 정서가 공론의 장이나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게 소수화·주변화시키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혐중은 한국사회와 우리의 문제다. 그런데 자꾸 한·중관계로 치환하는 것이 문제다. 만약 중국이 지금보다 더 착한 나라가 된다면 없어질까. 중국이 민주화되거나 강대국이 되고 더 앞선 자본주의 나라가 되더라도 여전히 중국을 싫어할 것이다. 문제는 언론과 정치인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증폭시키고 꺼질 불에 자꾸 기름을 붓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주간경향 ‘차이나 패러독스’ 기획기사]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정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세관 공무원들이 마약 밀수를 도운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관세청 지휘부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결론냈다.
합수단은 9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밀수범들의 핵심 진술이 계속 변경되고 밀수범 전원이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실토한 점에 비춰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왔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청·관세청 지휘부가 마약밀수 사건에 수사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2023년 2월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의 필로폰 밀수를 수사하면서 “세관 직원이 범행을 도왔다”는 진술을 받았고 세관 직원도 수사하려 했다. 그런데 경찰 상부가 사건 수사브리핑 축소를 지시하고 검찰이 관련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반려하자 “사건을 은폐하려는 윗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당시 김건희 여사 구명로비 논란이 있던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이에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개입 의혹으로 번졌다.
검찰 조사 결과, 말레이시아 운반책들은 2023년 9월 경찰 조사 당시 말레이시아어로 “허위 진술을 하자”고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운반책들은 조사 현장에 중국어 통역인만 있다는 점을 악용해 경찰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라며 “솔직하게 말하지 말고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라고 진술을 조작했다. 합수단은 “경찰은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믿고 이에 근거해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고 했다. 운반책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고 진술을 바꾸고 “세관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내용의 편지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수를 도왔다는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백 경정이 제기한 ‘수사 외압’도 무혐의 결론이 났다. 검찰은 “대통령실의 개입이나 관련자들의 외압이 확인되지 않아 관련자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과 관세청 지휘부가 백 경정의 영등포서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필요성도 없고, 대통령실 관련자와 연락한 내역 등 개입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 지휘부가 백 경정에게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한 사항 역시 경찰 공보 규칙에 따라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구한 적법한 업무 지시였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대검찰청에 검·경 합동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합수팀은 검찰 내 대표적 검찰개혁 찬성론자로 꼽히는 임은정 지검장이 부임한 서울동부지검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백 경정은 “검찰이 셀프 수사를 해선 안 된다”며 반발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요구한 대로 합수팀 외에 새 수사팀을 꾸려 백 경정을 파견받기로 했다. 다만 백 경정이 세관 마약 의혹을 수사하다 외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인 만큼 ‘외압’ 부분을 제외한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
합수단은 마약을 밀수한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한국인 국내 유통책 2명은 범죄단체활동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 조직원 8명은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 처분했다.
합수단은 “세관 직원의 마약밀수 범행 관여 여부와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직권남용에 관해선 수사종결하되, 이와 관련이 없는 검찰의 사건 무마·은폐 의혹과 김건희 일가의 마약밀수 의혹 등에 대해선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경정은 이날 합수단 발표 직후 ‘서울중앙지검과 관세청·인천공항세관 등 6개 기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며 외압 의혹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백 경정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세관이 범죄에 가담한 걸 덮어준 흔적들이 곳곳에 있는데, (합수단이)그런 보도자료를 낸다는 것은 정신나간 소리” 라며 “합수단도 추후 수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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