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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소년보호사건변호사 임은정 ‘대면 보고’ 지시에 백해룡 “권력으로 제압하겠다는 뜻”···새해에도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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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6-01-05 16:01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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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소년보호사건변호사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동부지검 산하 ‘인천 세관 마약수사 외압 합동수사단(합수단)’에 파견된 백해룡 경정에게 ‘대면 업무보고’를 지시했다. 백 경정은 임 지검장의 지시 문건을 공개하며 “권력의 힘으로 일개 경찰 경정을 제압하겠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백 경정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부지검이 보낸 문건 1장과 자신이 회신한 8장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을 보면, 임 지검장은 전날 “합수단 업무가 향후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수사팀의 파견 연장이 가능한 상황인지 검토하려 한다”며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사실 개요, 수사상황, 계획 등을 대면 보고하라고 백 경정에게 지시했다.
백 경정은 임 지검장 지시에 반발해 대면 대신 서면 보고를 하고 이를 SNS에 공개했다. 백 경정은 “(임 지검장이) 수사의 핵심을 묻는 질문은 전혀 없고 매우 지엽적인 내용만을 묻고 있다”며 “사실상 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문건을 통해 답했다. 백 경정은 “뜬금없이 구체적 내용을 보고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검사장이라는 권력의 힘으로 일개 경찰 경정을 제압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도 밝혔다.
백 경정은 합수단 해산도 요구했다. 백 경정은 답변서에 “동부지검장이 합수단을 지휘할 법적 근거와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며 “(합수단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면 위법하다. 합수단을 해산해서 제자리로 돌려보내시길 바란다”고 썼다.
동부지검은 임 지검장의 보고 지시는 법률에 따른 적법한 지시라고 반박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이날 “(임 지검장의 대면 보고 지시는) 국가공무원법 32조의4, 국가공무원복무규정 7조, 경찰공무원임용령 30조 등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업무보고 지시”라고 밝혔다.
임 지검장과 백 경정의 공방은 백 경정이 파견된 지난해 10월부터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합수단은 지난달 9일 마약밀수 연루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 세관 직원 7명과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당시 경찰·관세청 지휘부 8명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합수단은 “경찰이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믿고 이에 근거해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백 경정은 이에 반발해 합수단 발표 직후 ‘서울중앙지검과 관세청·인천공항세관 등 6개 기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며 외압 의혹 수사 의지를 밝혔다. 백 경정은 당시 기자와 통화하면서 “세관이 범죄에 가담한 걸 덮어준 흔적들이 곳곳에 있는데, (합수단이) 그런 보도자료를 낸다는 것은 정신 나간 소리” 라며 “합수단도 추후 수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은 당초 지난해 11월 14일까지였으나 동부지검이 대검찰청에 파견 연장을 요청해 오는 14일까지로 연장됐다. 앞서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연이은 폭로를 문제 삼아 경찰에 백 경정 파견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관리학에서는 생산성, 효율성, 수율 등을 강조한다. 비슷한 말들이다. 동일한 노동 투입에 더 나은 결과물. 회사 상황에 따른 고용의 탄력적 변화라는 의미의 유연성도 있다. 전부 관리자의 관점이다. 와중에 놀랍게도 행복이 꼽히기도 한다. 비록 결국엔 생산성을 위한 행복이지만.
이 겨울, 한국 사회는 현대 노동의 기저에 깔린 어떤 결핍을 목도하고 있다. 바로 ‘신뢰’다. 조직은 노동자를 신뢰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추상적인 규범론이 아니라 그 대답에 따라 노동의 통제 방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달라지는 실천적 질문이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장덕준씨가 과로로 사망했을 때 내부 보고 과정에서 고인이 평소 성실하게 일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그 기업 의장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 돼. 그 사람들 시급 노동자들이잖아. 성과급이 아니라 시급을 받잖아!” 이 말은 개인의 언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노동관을 내면화한 관리자들과 그들이 구축한 시스템의 언어다. 열심이란 연말 성과급, 스톡옵션, 임원진 합류, 동문이 경영하는 회사로 화려하게 이직 등 자아실현적 보상이 기다릴 때의 이야기다.
일찍이 미국 MIT 교수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기업의 인간적 측면>이라는 저서에서 경영자가 노동자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제시했다. X-이론은 인간을 게으르고 책임을 회피하는 존재로 가정한다. 그래서 경영자 입장에서 필요한 건 통제다. Y-이론은 인간을 자아실현을 추구하고 책임을 느끼는 존재로 가정한다. 이때 필요한 건 신뢰다. 두 가정 중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가 노동자를 어떤 렌즈로 보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작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지시는 X-예언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기업이 불신에 기반해 구축한 촘촘한 관리통제 시스템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그러다 생을 달리했다. 왜일까. 그 대답을 1960~1970년대 10대 중반의 나이부터 구로공단과 청계천 봉제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이 이미 해주었다. 최저임금도 없고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해야 했던 그들은 과연 X-이론을 입증했을까?
반대였다.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을 쓴 구해근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목에서 까만 핏덩이가 나오고,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힘들고, 신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발이 퉁퉁 부으면서도,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일했다. 이 여성 노동자들은 고향에 두고 온 자신의 가족에 대한 헌신,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가운데서도 점차 높아지는 기술적 숙련을 통해 느끼는 자부심과 주체성, 혹독한 환경에서 길러진 동료와의 연대감을 통해 스스로 노동계급으로서, 시민으로서, 심지어 회사의 같은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다.
이런 역사적 교훈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날 노동의 통제는 십장의 고함이 아니라 성과주의와 단기 계약이라는 형태로 사람의 삶을 근본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불신의 제도는 동료를 경쟁자로 만들고, 자신을 묘하게 게으른 존재, 조직에 있지만 그 일부가 아닌 존재로 느끼게 한다. 왜곡된 능력주의는 이들을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패배자’로 만든다. “그들은 시급 노동자다”라는 말에서 ‘우리’는 사뿐히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승객이 되고, ‘그들’은 신자유주의의 홍수에 떠밀려가는 시대의 낙오자들이 된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혹시 나도 이들과 똑같은 질문을 던진 적 없는가? Y-이론을 믿는 것 같지만 막상 내가 관리하는 하급자는 열심히 일할 리가 없는 존재라고 가정하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나 자신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Y-관리자/노동자라고 가정하지 않는가? 시급 노동자를 비추는 CCTV를 보고 있는 나를 비추는 CCTV를 결코 용인할 수 없지 않은가?
구해근은 앞서 책에서 말한다. “나는 ‘그들’이 얼마나 지성적이고 진실하며 존엄한 사람들인가, 그리고 한국의 공장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이들,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했는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동료 시민들을 감시망에 가두고, 성실을 모욕하고, 자신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감시와 민주적 통제마저 거부하는 조직들이 지배하는 세계. 그 무례한 세계에서도 성실한 이유? 우리가 사람이어서다.
“밖에서 볼 땐 분명히 자동차 매장이었는데?” 간판을 다시 확인했다. ‘HUAWEI’가 맞았다. 통신장비를 만들고, ‘샤오미’와 함께 중국산 스마트폰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그 화웨이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상하이 난징루의 화웨이 플래그십 매장은 겉보기에는 마치 상설 자동차 판매장처럼 보인다.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왜건 등 종류도 형태도 다양한 자동차들이 1층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다.
제품 기획, 디자인 등을 화웨이가 주도하고 실제 생산은 세레스, 상하이자동차(SAIC) 등 완성차 회사들이 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다. ‘하모니 OS’ 같은 자체 소프트웨어를 차량에도 이식해 지능형 생태계의 ‘파이’를 키우는 게 화웨이의 계획이다.
매장 가장 깊숙한 곳에는 지난해 2월 첫선을 보인 전기차 ‘마에스트로 S800’이 전시돼 있었다. 벤츠 마이바흐보다 길고, 너비는 무려 2m에 달하는 괴물 세단이다. 광대한 전면부 스크린과 화려한 내장, 널찍한 스크린이 장착돼 소형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뒷좌석 등도 놀라웠지만, 자동차가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는 점이 돋보였다.
화웨이의 음성 AI 비서 ‘샤오이(小艺)’다. 안내 직원이 “샤오이, 운전석 문을 닫아 줘”라고 명령하자 즉시 “네, 문을 닫겠습니다”라며 따라하고는 문을 닫았다. “에어컨을 25도로 조절해 줘”, “가까운 충전소로 안내해 줘” 같은 지시도 따른다. S800에는 ‘동시통역 모드’ 도 탑재돼 중요한 외국인 손님을 모시는 길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한다.
이 매장을 채운 혁신기술의 적지 않은 부분이 상하이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60㎞가량 떨어진 곳에서 나왔다. 2024년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화웨이 연구기지인 렌추후(莲丘湖) 연구개발(R&D) 캠퍼스다.
여의도 면적의 60% 부지에 연구인력 3만여명과 100여동의 건물이 모여 있어 하나의 도시와도 같은 규모를 자랑한다. 상하이시는 캠퍼스 유치를 위해 공사 부지를 10억위안(20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토지 이용, 상하수도 및 전기 공급 등 여러 분야에서도 혜택을 제공했다.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20%를 R&D에 쏟아붓는다. 그리고 12만명에 달하는 연구 인력의 4분의 1을 최신 시설과 장비가 밀집한 렌추후 캠퍼스에 집중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5일 이 렌추후 캠퍼스를 찾은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ICPC) 수상자들과의 심포지엄에서 화웨이 AI 반도체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우리의 자립은 어쩔 수 없이 강요받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많은 방면에서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칩(엔비디아)보다 적어도 한 세대 뒤처져 있습니다.”
화웨이의 AI 반도체 기술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 미국의 엔비디아 칩 중국 수출 금지조치와 관련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다. 화웨이 ‘어센드(Ascend) 시리즈’가 AI 칩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다가, 내년부터는 한국 시장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기에 다소 부족함을 화웨이 스스로도 인정한다. 대신 칩 낱개의 성능보다는 ‘클러스터링’으로 이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7일 상하이 모처에서 만난 화웨이 관계자는 “대형 모델이든, 미래의 자율주행이든, 하나의 칩만으로는 절대 작동할 수 없다. 반드시 칩 클러스터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관점에서 보면 화웨이의 AI 클러스터는 기능적으로 엔비디아와 비슷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시내에서 푸둥공항 방면을 향하는 중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일반 관광객들은 마주치기 힘든 일상적인 상하이의 업무공간이 펼쳐진다. 동방명주나 상하이타워 같은 화려한 빌딩들은 보이지 않고 비교적 나지막한 크기의 연면적 넓은 사무용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장장(張江) 과학도시다. 1992년 조성된 상하이의 혁신타운이다. 한국으로 치면 판교쯤 되는 곳이다.
그 가운데 높이 솟은 두 개의 쌍둥이 빌딩이 시선을 잡아챘다. 2024년 연말 완공된 320m가 넘는 두 빌딩의 이름은 모리 트윈타워(模力双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 쌍둥이 빌딩과 인근 ‘모리 커뮤니티(模力社区)’ 등의 시설을 포함한 약 2㎢(여의도 면적의 70%) 영역은 푸둥구가 지정한 ‘장장 인공지능 혁신타운’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강철같은 체력만 갖춘 창업가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상하이 시정부와 민간 컨소시엄이 함께 만들어 지난해 9월 출범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당 하루 1위안 임대료의 창업 공간과 저렴한 아파트 제공, 각종 비즈니스 연결과 투자기관과의 매칭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30년 넘은 장장 과학도시에서 새로운 혁신을 배양하는 걸 목표로 하는 ‘실리콘밸리 내 실리콘밸리’ 역할을 한다.
지난해 12월18일 찾은 모리 커뮤니티 전시관에는 장장에 둥지를 튼 각종 혁신기업들의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대표적인 로봇기업 푸리에(傅利叶)의 로봇 ‘GR-1’이었다.
안내를 맡은 담당 직원은 “한국어도 알아들을 거다. 한번 동작을 시켜 봐라” 라고 권유했다. “오른팔을 들어 봐”라고 지시하자, 진짜로 GR1은 “안녕, 만나서 반가워요”라고 응답하며 오른팔을 인사하듯 들어올렸다. “푸리에 로봇은 이미 3세대인 GR-3까지 출시돼 있어요. 여기 있는 모델은 1세대입니다. 이 녀석이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은 바로 2023년 장장을 방문한 시진핑 총서기와 악수를 했을 때였을 거에요.”
‘클러스터’는 장장 AI 타운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계단 윗층과 아래층이 연결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예컨대 모리 커뮤니티 11층에 입주한 지능형 차량 소프트웨어 회사 지두테크놀로지(极豆科技)는 21층에 입주한 컴퓨팅 제공업체 ‘PPIO’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연산 자원을 제공받는다. PPIO는 지두를 발판삼아 자동차 업계에서도 고객을 늘리는 상부상조 관계가 형성됐다.
왕이페이 지두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파트너사를 방문하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는데 장장 AI 타운에서는 단 일주일 만에 8개 파트너사와 만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지두를 비롯해 AI 하드웨어 브랜드 샤오두(小度科技), 빅데이터 연구기업 록AI(岩芯数智) 등 40여개 회사가 입주를 마쳤다.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 AI 혁신타운을 뒷받침한다. 상하이 내 10개 컴퓨팅 업체의 자원을 통합해 2만7000페타바이트(1PB=1백만GB) 이상의 연산능력을 입주사들에 제공한다. 지난해 3월에는 AI 모델 개발사 ‘즈푸’와 손잡고 범용 AI 모델 ‘GLM’을 AI 혁신타운에 입주한 기업들이 저렴하게 쓸 수 있게 했다.
안내 직원은 “마치 그 기업들에게 고등학교까지 마친 똘똘한 졸업생들을 보내주는 것과 같다. 고등학생들을 대학에 보내 더 학습시킬지, 일을 시킬지는 그 기업들의 자유”라며 “비용은 낮추고, 지식의 밀도는 높이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황량한 호숫가 마을에 파격적인 지원을 쏟아부어 가며 ‘도시 안의 도시’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연구단지를 유치하고, 창업가들이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꽉꽉 눌러담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정책은 중국 내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상하이의 노력 일환이다.
다만 상하이와 함께 ‘양쯔강 삼각주’ 권역을 이루는 항저우가 딥시크를 비롯한 AI, 로봇 혁신기업들로 이뤄진 ‘6소룡(杭州六小龙)’을 배출하며 미래산업 혁신을 주도할 때, 상하이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모습이었다.
항저우가 민간 기업이 개발한 AI 서비스를 도시 정책에 적극 적용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상하이는 정부 내 칸막이가 견고하고 기존 비즈니스들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혁신타운 등 집약적인 클러스터를 도시 곳곳에 배치하는 것은 ‘도시 내 효율성’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의 일부다. 상하이 서쪽 쉬후이구에도 모델스피드 커뮤니티(模速空间)라는 창업 공간이 2023년 설립된 바 있다.
김창현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교수는 “한국은 기득권화된 세력의 저항이 높다. 정부·대학·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항저우 같은 혁신모델을 따라하기는 힘들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수십년 된 ‘올드 이코노미’ 위에 자율주행과 AI, 로봇을 적용하는 상하이의 모습이 한국과 더 닮아 있다”고 말했다. 기존 기득권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나가면서 혁신 환경을 조성하는 상하이의 정책에 한국은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중국법인 대표이사를 지낸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대표는 “상하이는 전통적으로 금융·무역·물류 중심의 글로벌 허브였고, 디지털 혁신 측면에서는 항저우·선전에 비해 후발주자 이미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장장 AI 타운 등을 비롯, 단순한 지원금 차원을 넘어서 창업가들과 리스크를 공유하려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아울러 과거 금융도시 이미지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첨단 제조와 디지털 기술을 금융 인프라 위에 얹는 융합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제도적 유연성에 주목해 기존 강점을 기반으로 한 기술 재무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가와 굴기 넘어] 미·중 사이 한국, ‘줄타기’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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