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초과 근무' 줄인다
[경향신문] ㆍ우정본부, 사망사고 해결안 “내년까지 100명 추가 고용”
ㆍ노조는 “4500여명 늘려야”
우정사업본부가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52시간 초과 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일부 우체국 등에 2018년까지 인력 100명을 충원해 집배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19일 발표했다. 지난 몇 년간 계속된 ‘집배원 돌연사’의 원인으로 인력 부족에 따른 초과근무가 지적된 데 따른 조치다. 집배원노조는 우정사업본부 방안이 미흡하다며 과로로 인한 집배원들의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4500명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관호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은 이날 “최근 집배원 사망사고가 잇따라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집배원이 법에서 허용하는 주당 52시간(연장 근로시간 포함) 이내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집배원 증원 등 근로여건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올해에만 집배원 8명이 과로와 연관성이 높은 심근경색, 뇌출혈, 교통사고 등으로 숨졌다. 이중 3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에도 집배원 6명이 업무 중 돌연사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집배원 사망사고는 70건에 달한다. 집배원노조는 집배원 사망사고의 원인을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초과노동이라고 지적해 왔다.
우정사업본부가 파악한 지난해 전체 집배원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531시간으로 주당 근로시간은 48.7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 기준인 40시간이 넘고, 연장 근로시간을 합한 52시간보다는 적다.
전체 집배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52시간보다 적지만 일부 우체국들은 사정이 열악하다. 신도시여서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의 우체국은 일손 부족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전체 224개 우체국 중 서울·경인 지역을 중심으로 62곳에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집배원도 7300여명으로 전체 집배원의 46%에 달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집배원이 없도록 2018년까지 일손이 부족한 우체국의 인력을 증원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추경에 반영해서 집배원 100명을 증원해 인력이 부족한 일부 우체국에 배치한다. 또 현재 대부분 이륜차로 이뤄지고 있는 배달 수단을 차량으로 교체하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 집배원들의 청사 내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근무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집배원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조사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며 부족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집배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5시간이다.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으로 일반 노동자보다 1년에 621시간(1주에 12시간) 더 길게 일한다.
최승묵 전국집배노조 위원장은 “일반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200시간 수준인데, 집배원 노동시간을 이에 맞추려면 4500명 정도 증원이 필요하다. 고작 100명 증원하겠다는 것은 너무 성의 없는 조치”라며 “집배원 사망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진무·이효상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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