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가로)
지난달 21일 열린 우정노조 대의원대회에서 31대 본부 위원장 선거가 치러졌다. 경선으로 치러진 이날 선거에서 대의원 61.5%의 지지를 받아 이동호(53·사진) 위원장이 당선했다. 대의원대회의 또 다른 안건이었던 노조 본부·지방본부 위원장 직선제는 94.7%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2021년 선거부터 직선제가 적용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우정노조 서울사무소에서 이동호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지난 집행부가 올해 1월 합의한 통상구·소포구로 이원화한 주 5일제 합의를 비판했다. 그는 “현장에서 요구한 완전한 주 5일제가 아닌 기형적 주 5일제 합의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며 주 5일제 시행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달 2일 임기를 시작한 이 위원장은 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부의장을 지냈다.

“이원화 주 5일제 긴급노사협의회 열어 폐기하겠다”

- 위원장 선거에서 두 번째 도전 만에 당선했다. 우정노조에서 직선제 시행은 어떤 의미인가.

“2015년 단 7표 차이로 패배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3년 동안 현장을 많이 다녔다.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열심히 준비했다. 우정노조는 60년 동안 간선제로 위원장을 뽑았다. 그동안 조합원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직선으로 선출하고 싶다는 욕구가 늘었다. 직선제가 시대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공약을 발표한 뒤 선거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직선제에 찬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 현장에서 보는 어려움은 어떤 게 있었나.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문제였다. 주 6일제로 일하는 집배원에게 주 5일제가 절실하다. 근무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식이 아닌 집배원이 진짜 토요일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주 5일제 말이다. 또 창구 인력이 부족해 병가조차 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집배인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력충원이 시급하다.”

- 노사는 최근 월~금(통상팀), 화~토(소포팀)로 근무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식의 주 5일제를 추진했다. 시범운영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이원화된 근무체계는 현장과 맞지 않는 제도다. 인력과 장비를 먼저 지원하지 않고 시범운영부터 하다 보니 문제가 더 커졌다. 10명이 한 팀에서 10개 구역을 맡는다면 이를 7대 3으로 나눈다. 10개 구역을 7개 구역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소포도 마찬가지다.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나고 배달소요시간이 증가한다. 통상집배원·소포집배원·위탁택배원 등 한 집을 방문하는 우정종사원이 네댓 명이 된다. 비효율적인 배달체계다. 현재 사측과 이원화 주 5일제 합의 폐기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곧 긴급노사협의회를 열어 없던 일로 돌릴 것이다.”

"주 52시간 시행하려면 최소 1천600명 충원해야"

- 토요택배에 대한 집행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토요택배 폐지다. 집배원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만 근무하자는 것이다. 물류업체들에게 토요배달을 중단한다고 공지하거나, 토요택배 업무만 위탁을 주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사측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에 완전한 주 5일 근무체계를 만들겠다. 현업 공무원도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적용받아야 한다.”

- 우정사업본부에서 사고사·과로사·자살 같은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반복되는 죽음을 방지할 방법은 없나.

“누구나 알다시피 인력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다. 인력이 부족하니까 과로사·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인력충원이 최우선이다. 집배인력 중 비정규직을 보면 상시집배원이 2천500여명이고, 위탁택배원이 580여명이다. 올해 7월부터 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면 상시집배원 인력은 35%, 위탁택배 인력은 45%가 부족해진다. 인원으로 환산하면 900명 정도는 인력을 늘려야 한다. 정규 집배인력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인원까지 합하면 최소 1천600명은 늘려야 한다. 그래야 과로사고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노·사·정·전문가가 참여하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단’ 연구 결과가 올해 6월에 나온다. 기획단 연구 결과 이행과 인력충원을 정부와 사측에 요구할 것이다.

목숨을 잃는 사고뿐만 아니라 일상적 근골격계 질환 문제도 심각하다. 조합원들이 분기에 한 번은 건강검진을 받는 체계를 만들겠다.”

“본부장이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면 노조와 충돌할 것”

- 임기 3년간 노사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할 거면 확실하게 하고 아니면 아예 안 하는 성격이다. 노조 슬로건이 당당한 조합원, 강한 우정노조다. 노사관계에서 사측에 강하고 당당하게 대처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장이 할 수 없는 일은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겠다. 입법이 필요하거나 정부 정책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노사가 함께 정부에 요구하면 된다. 그게 윈-윈(win-win)이다. 하지만 본부장이 결정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조차 하지 않는다면 노조와 크게 부딪칠 것이다.

상식에 맞는 노사관계를 지향한다. 지난 집행부에서 현장과 맞지 않는 합의를 했다. 현장에서 노조가 무능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그게 표심으로 증명됐다.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

- 우정사업본부에 만들어진 노조가 많은데.

“우정사업본부에 노조가 8개 있다. 다른 노조를 적대하거나 배제하지 않겠다. 어느 노조든 조합원들을 위해 일하면 된다. 얼마 전 우정사업본부장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본부 내 다른 노조 간부들을 만났다. 조합원들을 위한 사안은 함께 대응하고 함께 투쟁하자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우정노조가 대표노조로서 자리를 마련할 테니 자주 보자고 했다.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돕겠다. 다만 우리 노조 내부 일에 개입하려 하거나 (좋지 않은 방식의) 조직경쟁에 대해서는 선을 긋겠다.”

-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이제 막 집행부를 구성하고 임기를 시작하는 단계다. 집행부는 현장이 우선이다. 현장 조합원들이 일터에서든 가정에서든 행복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지난해 우정종사원 27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집배원 두 분과 우정실무원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조합원들이 과로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이동호 집행부가 현장을 챙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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