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 노동자들 죽음으로 내몬 '겸배'

입력 2017. 12. 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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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매거진 - 광주 표준FM 103.1MHz (17:05~18:00)
■ 제작 : 조성우PD, 구성 : 박지하 작가
■ 진행 : 이남재 시사평론가
■ 방송 일자 : 12월 18일 월요일

[다음은 민변 광주전남지부 이소아 변호사 인터뷰 전문]

◇이남재>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광주우체국 집배노동자 고 이길연 씨를 기억하십니까? 고인의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약 세 달 동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에서 직접 노동조건 등을 조사하고 자살 사건 관련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민변 광주전남지부 이소아 변호사와 함께 이야기 해봅니다.

◆이소아> 네 안녕하십니까.

◇이남재> 민변에서 지난 세 달 동안 서광주우체국 집배노동자 자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습니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조사 하셨나요?

◆이소아> 네, 일단 민변에서만 한 것은 아니고요, 집배노조와 우체국노조가 함께 연대해서 진행을 했고 순직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전후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업무량이 다른 상황과 비교해서 어떻게 됐는지 그리고 출근 종용이나 이런 것들을 누가 주도해서 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남재> 약 세 달 정도 진행을 했는데 이렇게 집중적으로 조사를 한 배경이 있나요?

◆이소아> 이번 조사에 노조의 힘이 컸고요, 노조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해 왔고 특히 이번 조사를 하게 된 원동력은 유가족 분들이 보통 사측과 합의를 하고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겠다고 하면 더 이상 이렇게 할 수가 없는데 유가족의 결단과 그것에 맞춰 계속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집배노조와 우체국 노조의 수고가 많았기 때문에 저희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이남재> 조사 결과 고인의 죽음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이소아> 고인의 죽음의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쌓인 건데요, 일단 집배 노동자 분들은 기본적으로 업무에 한 사람이 비는 경우에 이 부분을 대체할 인력이 있는 게 아니고 다른 분들이 다 나눠서 하게 됩니다. 연가, 병가의 경우에 쉬게 돼도 다른 분들이 자기 구역을 다 나눠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겸배라고 하는데요, 그 겸배로 인해서 월차, 병가도 제대로 잘 쓸 수 없는 환경에다가 이 노동자의 경우엔 8월에 다리를 크게 다치고 다리 부상을 입고 제대로 완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3주 이상을 쉬게 되니 회사에서 언제 출근 하느냐, 이런 부분을 계속 확인 했고 8월이 지나고 9월이 되면 추석 기간이잖아요? 제일 바쁜 기간이기도 하고 집배노동자의 경우 다리를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에 다리가 다친 것은 엄청난 업무적 부담이 되고 정신적 신체적 부담도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같이 합해져서 문제가 돼서 돌아가신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이남재> 아까 겸배라고 하셨죠? 본인이 나가지 않으면 같이 속해 있는 팀원이 본인의 업무를 대신 하는 시스템이라고요?

◆이소아>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편히 마음 놓고 아팠을 때도 쉴 수가 없고 연차도 스무개 이상 있어도 평균 5일도 안 썼다 하는 분들도 있을 만큼 눈치보고 있고 겸배 시스템 자체가 팀원들이 지지대가 돼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남재> 본인이 나가지 않으면 그 부담을 가까이 있는 팀원들이 져야 한다는 부담이 컸겠네요... 겸배라는 단어가 생소한데요, 한 달에 보통 집배노동자들의 겸배 기간은 어느 정도?

◆이소아> 그것도 특정 기간 추석이 다가오거나 설날이나 할 때마다 달라지고 그 팀에 부상자가 생겼느냐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서 유동적이긴 하지만 겸배는 한 달에 기본적으로 며칠에서 절반 이상 있다 라고 대답 하는 경우가 많고요. 겸배와 관련해서 여러 통계 자료가 있지만 그 자료들이 들쭉날쭉 한 것은 그게 특정기간인지 아닌지에 따라 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겸배가 예를 들어서 총 열명이라고 한다면 열명 중 한 명이 빠지면 그걸 겸배, 두 명이 빠진 건 투 겸배 이런 식으로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는 것들이 한 달에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10일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같은 팀원들을 설문 조사를 했을 때 그랬던 것으로 봅니다.

◇이남재> 고인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 종용을 받고 그런 것들이 부담으로 가서 자살까지 갔다 라고 추정을 하고 있잖아요?

◆이소아> 네, 자살하기 전날 직전에 찍었던 CCTV가 있는데요. 그때도 고인은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 졌습니다. 골절상이 아니냐는 진단서 상에는 1주라고 나오지만 그것이 완치가 되기까지는 진단서 외에 여러 가지 확인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남재> 네... 집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곳곳에서 들리는데요, 실제로 이 분들의 출퇴근 시간이 하루 12시간을 훌쩍 넘긴다고요?

◆이소아> 네, 그래서 혹시 아침에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침 8시30분 정도에 아이와 출근을 하는데요. 그때 되면 이미 아파트에 집배노동자 분들의 오토바이가 보여요. 그때 나오신다는 것은 적어도 7시에 출근하셔서 작업하고 짐을 싣고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6시에 출근하시고 특정기간에는 다들 엄청 빨리 출근을 하시고 더 늦게까지 일을 하시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월 평균 노동시간이 140 시간인데요, 집배노동자들의 경우 평상시에도 월 평균 노동시간이 213시간이라고 통계상 나와있습니다.

◇이남재> 이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요. 여전히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것 같고, 우정청에서도 왜 그런지 몰라도 의지가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 이번 서광주우체국의 경우 1000일 무사고를 목표로 했는데 그 말인 즉슨, 사고가 난 것을 사고로 처리하지 않은 거잖아요?

◆이소아> 네, 그렇게 한 정황이 처음에는 1000일 무사고 목표를 하지 않았다고 서광주우체국 뿐만 아니라 모든 우정청에서 단체로 운동을 했습니다. 광주에서 특히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관리를 했던 것으로 보이고요. 사고 이런 것들이 업무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여러 가지 평가를 받아봤는데 1000일 무사고 운동을 하면서 서광주우체국만 아니라 광주만인지 전남 전체인지 헷갈리는데 8번 정도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하지 않은 것들이 드러나서 이번에 주의 감독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남재>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어떤 개선책이 급하다고 생각하세요?

◆이소아> 일단은 인원보충이 시급하고 인원보충에 대해선 노조에서 계속 주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더불어서 저희가 유족보상을 했는데요, 유족보상이라고 하는 것은 업무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을 하셨다 이게 인정 되면 흔히 말하는 순직 인정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 과정들이 노동자 스스로 알아서 입증을 해야 하는 이 구조가 사실 이번 노동자의 경우 소수 노동자 이긴 합니다만, 집배노조와 우체국 노조가 결합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밝혀낼 수 있었는데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순직과 관련해서 이 모든 과정이 굉장히 힘든 것이라 그런 것들에 대해 정부에서 노동자 스스로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공무원연금공단 등이 나서서 업무 관련해서 인과관계를 공단이 입증하게 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남재> 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소아> 네, 감사합니다.

◇이남재> 지금까지 민변 광주전남지부 이소아 변호사와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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