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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집배노조 작성일17-07-24 11:11 조회8,41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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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 측정하며 달린다"..'살인노동' 부산 집배원 동행기

이유진·김지혜 기자 입력 2017.07.23. 16:45 수정 2017.07.23. 21:30 댓글 0개


[경향신문]

20일 오후 부산 강서우체국 소속 집배원 정국환씨(37)가 우편 배달 업무 도중 우편물을 재정돈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최고기온 30도, 체감온도 37.5도. 부산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0일 오후 2시쯤 우편물 배달을 하던 부산 강서우체국 소속 8년차 우편집배원 정국환씨(37)는 손목에 찬 ‘노동강도측정기’를 수시로 쳐다봤다. 심장박동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심장박동수치는 분당 110까지 치솟았다.

배달을 하는 내내 정씨의 심박수는 100과 110 사이를 오갔다. 손목시계 형태의 노동강도측정기는 정씨가 조합원으로 있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집배노조에서 집배원의 업무량과 건강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지난해말 지급한 것이다. 정씨는 “평소에는 심박수가 70선을 유지하다가 일을 하면 급격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심박수는 60~100이 정상이다.

정씨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착용한 복면을 잠깐 벗자 막 감고 나온 듯 젖은 그의 머리카락에서 땀방울이 우두둑 떨어졌다. 이날 정씨의 오토바이는 쉴새 없이 담당구역인 부산 강서구 대저2동을 오고 갔다. 공장 지대와 단층 주택이 밀집한 대저2동은 29.25㎢ 넓이에 5000여개 세대가 퍼져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일일이 방문해야 한다. 공장지대라서 포장이 안된 도로가 많아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장이 많이 들어선 대저2동은 공사중이거나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길이 많다. 정씨의 오토바이가 위태롭게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지혜 기자

정씨는 “보통 하루에 800~1200통을 배달하지만 요즘처럼 고지서가 많이 오는 기간에는 그 두배인 2400통 정도를 배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토바이와 한 몸이다. 오토바이를 탄 채 야외 우편함에 우편물을 넣거나 오토바이에서 내리더라도 순식간에 뛰어가 우편을 넣고 다시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하루에 수백 번 오토바이와 건물 계단을 오르내리는 탓에 몸은 성한 곳이 없다. 그는 손목과 무릎 뒤쪽, 발목,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팔과 다리에는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생긴 흉터가 곳곳에 있다. 정씨는 “3년차 이상 집배원들은 모두 근골격계 질환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병원에 가기는 쉽지 않다. 그는 “병원에 가기 위해 일을 빠지면 내 몫까지 일할 팀원이 고생할 걸 알기 때문에 집배원들 대부분은 아파도 그냥 참는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입었던 상처들이 정씨의 팔에 흉터로 남아있다. 김지혜 기자

오후 5시쯤 배달을 마친 정씨가 우체국으로 복귀했다. 우체국 우편물류과 사무실에서 집배원들이 내일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었다. 정씨도 동료들과 작업을 같이 했다. 정씨는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계가 있지만 기계가 처리하지 못하는 일반 우편물도 많아 여전히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오후 8시30분쯤 퇴근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해 12시간 넘게 일한 셈이다. 그는 “요즘 같이 우편물이 많으면 오후 9시나 10시쯤 퇴근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정씨는 일주일 중 평일 5일은 이렇게 12시간 이상 일한다. 토요일에는 격주마다 나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택배 업무만 한다. 정씨는 “일주일에 평균 64~68시간, 최대 70시간 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씨가 우편 배달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정씨의 순로 구분대에 내일 배달할 우편물 2300여 통이 쌓여있다. 김지혜 기자

최근 잇따른 집배원의 죽음에 대해 정씨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집배원들은 자기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일이 많은 사람들이 피로가 누적된 순간 아차하다가 사고로 이어진다”며 “나도 이렇게 일하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경기 안양시 안양우체국 소속 집배원 원모씨(47)는 일하던 우체국 인근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었다. 집배원 사망사고는 지난 5년간 75건이고 올해만 자살·교통사고·심혈관 질환 등으로 12명이 사망했다. 주 원인은 과로다. 지난해 7월 사회진보연대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집배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5시간이다.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으로 일반 노동자보다 1주에 12시간(연간 621시간)이 더 길다. 정씨는 “눈을 뜨면 정신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면서 “‘내가 일하려고 태어난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 노동 강도”라고 호소했다.

지난 6월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노동 여건 개선책을 발표해 2018 년까지 인력 100명을 충원한다지만 정씨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제가 속한 우체국은 당장에 인력충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집배원들은 휴가도 제대로 못 간다. 정씨는 “연차가 있는데 제가 연차를 써서 휴가를 간다는 건 제 관할 지역을 비운다는 얘기인데 대체할 인원이 없으니까 쓸 수가 없다”면서 “올해 처음으로 가족휴가 간다고 이틀을 빠졌다”고 말했다. 정씨 동료는 “6년 동안 연차를 한 번도 못썼다”고 말했다.

정씨의 동료 집배원은 “막내가 세 살인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년까지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1초를 다투는 일이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휴가도 가고, 아프면 병원도 가면서 우리도 사람답게 살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유진·김지혜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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